호스트바는 150만원·콜라텍은 0원…이상한 2차 재난지원금

8월 28일 식당, 주점, 노래방 등이 밀집한 서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일대에서 저녁 시간 많은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0일 발표한 소상공인 피해 긴급지원책을 두고 지원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큰 분야는 12종 고위험시설 운영업자에 대한 지원 기준이다. 유흥주점업(클럽, 룸살롱 등)과 무도장 운영업(콜라텍)은 지원을 안하고, 이와 비슷해 보이는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는 2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은 최소한 이번에 급조한 건 아니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원래 있던 '소상공인 정책자금 운용지침'을 그대로 따랐다는 것이다. 지침엔 정책자금 지원제외 업종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유흥주점업과 무도장 운영업이 명시돼 있다. 이 기준은 그동안 정부의 모든 소상공인 지원책에 공히 적용돼 왔다. 그렇다면 왜 두 업종은 지원 대상에서 빼왔던 것일까. 이들 업종의 특징은 업소에서 춤을 출 수 있거나 접객원(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흥을 돋우는 직원)을 둔다는 점이다. 식품위생법은 유흥주점업을 '주로 주류를 조리ㆍ판매하는 영업으로서 유흥종사자(접객원)를 두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손님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이라고 정의한다. 무도장 운영업은 주류와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무도장, 댄스홀 등을 운영하는 업으로 규정돼 있다.

정부는 두 업종은 춤과 접객원이라는 요소 때문에 술만 마시는 일반 주점보다 '향락'의 정도가 높고, 이런 업종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국민 정서상 안 맞다고 설명했다. 단란주점은 술과 노래를 동시에 즐길 수 있지만 유흥주점업보다는 향락성이 한단계 낮다고 봤다.

정부 설명대로면, 또 원칙대로면 감성주점과 헌팅포차, 단란주점은 춤과 접객원을 허용해선 안 된다. 실제 이들 업소는 유흥주점업이 아닌 '일반음식점업'으로 신고해 영업한다. 문제는 일반음식점업으로 신고해놓고 유사 클럽, 유사 유흥주점처럼 운영하는 업소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 기준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이 "감성주점, 헌팅포차나 클럽이나 영업 행태는 별 다를 바가 없는데?"라고 갸우뚱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올 5월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 이때 용산구가 구내 51곳 클럽을 전수 조사하자 25곳이 일반음식점업으로 분류돼 있었다. 당시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온 클럽 트렁크, 퀸 등도 일반음식점이었다. 서울 강남이나 홍대 등 클럽이 많은 지역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작년 손님 폭행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은 클럽 '버닝썬'도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해왔다.

술과 춤을 동시에 즐기는 곳이면 유흥주점업으로 신고해야 하지만 상당수 업소가 유흥주점은 규제가 까다롭다는 점 때문에 편법을 쓰고 있다. 대다수 감성주점도 일반음식점업으로 신고해놓고 춤을 허용하고 있다. 단란주점은 법상으로는 접객원을 두면 안되지만 편법 운영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편법 운영이 만연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는 등 이유로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부가 통상 정책자금을 지원할 때는 현장실사 등을 통해 불법 운영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모든 고위험시설이 운영 중단된 상태라 이를 확인할 길도 없다. 그동안 양심적으로 업종을 제대로 신고한 곳은 지원이 안되고 불법 운영해온 곳은 지원되는 결과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기존에 신고·등록된대로 지원을 한 뒤 나중에 불법 운영이 적발되면 지원금을 환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 자체에 구멍이 있는 부분도 있다. 식품위생법상 유흥주점의 접객원은 손님의 흥을 돋우는 '부녀자'다. 똑같이 접객을 하더라도 여자는 접객원이고 남자는 아니다. 이 때문에 남자가 접객을 하는 호스트바는 접객원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고 유흥주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긴급 피해지원금이 150만원 나온다. 부녀자만 접객원으로 규정한 법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운영지침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콜라텍은 춤은 출 수 있지만 술은 팔지 않는다. 음주와 춤이 동시에 가능한 유흥주점업과 같은 규제 선상에 놓기 애매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원금을 한푼도 못받는 콜라텍 업주가 편법 운영으로 200만원을 타 가는 유사 클럽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운영 금지·제한 조치를 당한 소상공인에게 정책자금 지원제외 규정을 기계적으로 들이댔어야 했냐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강제로 영업을 중단시켜 소상공인의 '밥줄'을 끊은 만큼 단순한 정책자금 지원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따른 손실 보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12종 고위험시설 업종 전체에 지원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10일 "정부의 2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제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경제적 손실을 본 고위험 시설 업종 전체에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하진 협의회장은 "많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영업을 중단해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는 사업주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