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前 대령 "추미애 사건으로 軍 청탁 문화 바꿔야"…입장문 발표
입력
수정
"자대배치·보직업무 결정 때 수차례 청탁 받아" 폭로이철원 전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카투사·예비역 대령)은 1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자대 배치, 보직 업무와 관련 추 장관(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청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또 “이번 사건이 군의 청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단장은 이번 의혹의 핵심 증인으로 서씨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카투사에 복무할 당시 지원단장으로 근무했었다. 그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장문 첫 공개 "신원식, 같이 근무한 수백명 중 한명"
이 전 단장은 이날 본인 명의의 이름으로 공개한 입장문에서 “국방부로부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통역병을 선발한다는 공문이 하달되자 참모들로부터 서군과 관련해 여러 번 청탁 전화가 오고, 2사단 지역대에도 청탁 전화가 온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부하들에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내가 직접 2사단 지역대로 가서 서씨를 포함한 지원자 앞에서 제비뽑기를 했다”고 밝혔다. 청탁을 한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반복적으로 청탁이 왔다는 사실을 증언한 것이다. 추 장관 측이 당시 국방부와 국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청탁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그간 언론 보도를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그는 서씨가 자대 배치를 받는 단계에서도 간접적으로 청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전 단장은 “서군이 미 신병교육대에서 교육받을 때 참모 한 명이 모 처에서 서군의 용산 배치 여부를 물었는데, 안된다고 하면서 카투사 부대 분류에 대하여 설명하였다는 보고를 했다”며 “저는 다른 참모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체 청탁에 휘말리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군의 청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장문을 밝힌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대령은 “(의혹에) 침묵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현역인 부하들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봐 지켜만 보고 있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입장을 밝힌다”고 했다.
변호인 측 고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추 장관의 아들 변호인 측은 부대 배치 청탁 의혹을 보도한 SBS와 이 전 대령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었다. 그는 서씨 관련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선 “3사단장과 참모장으로 3개월을 같이 근무하고 연락없이 지내다 이번 일로 해서 거의 9년만에 통화를 했다”며 “34년의 군 생활 중 같이 근무한 수 백명 중 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적 친분이나 사욕때문에 나선 일이 아니다는 의미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