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회사가 화장품 팔고, 화장품회사가 마스크 만드는 시대
입력
수정
코로나 계기로 영역 파괴 나선 기업들 [이슈+]
▽ '김치명가' 대상, 온라인서 뷰티 상품 판매
▽ 패션기업들, 화장품 액세서리로 사업 확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커다란 흐름과 변화를 읽지 못하면 운 좋게 위기에서 생존했다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들만 혼란스러운게 아니다. 흔들림 없이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도 급변하는 소비 환경에서 생존 해법을 찾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기존 사업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기회를 찾거나 언택트(비대면) 확산 흐름 속에서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대상그룹 이커머스 진출…풀무원 먹거리 찾기 분주
11일 업계에 따르면 종가집 김치와 미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대상은 자회사 디에스앤(대상홀딩스가 지분 100% 보유)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 ‘100LABS(일공공랩스)’를 론칭하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에 진출한다.‘100LABS’는 더 나은 삶을 위한 100가지 프로젝트라는 의미로 뷰티케어는 물론 일상용품, 유아용품 전반에 대한 제품과 브랜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100LABS가 처음 선보인 제품은 ‘엄마의목욕탕레시피’와 ‘쌀롱드리' 등이다. 대상그룹은 엄마의목욕탕레시피를 통해 마스크팩, 바디밀크, 바디필링패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기농쌀로 만든 스킨케어 브랜드 쌀롱드리를 통해선 폼클렌저, 파우더워시, 에센셜 토너, 인텐시브 크림 등이 출시된다.대상그룹 관계자는 "소비재 사업을 해오면서 관심을 가져온 '소비자들의 건강한 삶'에 대한 가치를 식품 뿐 아니라 생활용품, 화장품 등으로 확대하고자 했다"며 "온라인으로 유통 환경이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해 라이프스타일 이커머스 사업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식품회사인 풀무원도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한창이다. 풀무원은 최근 부산 최고층 건물(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에 전망대를 오픈하며 관광명소를 조성했으며, 건강 가전 렌탈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앞서 풀무원건강생활은 기존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음료 등 식생활 위주의 사업에서 가정의 생활습관과 환경개선을 위한 '생활가전 제품군'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바 있다. 이에 인덕션 전기레인지, 쿡웨어 등 주방가전과 공기청정기, 무선 진공청소기 등 건강가전을 꾸준히 출시해왔다.
풀무원이 전날 첫 상품으로 출시한 '온열 테라피 안마의자'는 신체의 긴장감을 완화시켜 마사지 효과를 극대화해주는 '온열 테라피'가 핵심인 제품이다. 풀무원 측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고객들과 홈캉스족을 겨냥해 휴식 가전인 안마 의자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풀무원은 김치 사업과 라면 사업을 재정비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풀무원은 미국에서 김치 사업에 힘을 쏟고 있으며 미국 내 김치 시장 점유율은 43%에 이른다. 여기에 로스팅 공법을 적용한 식물성탕면이라는 2세대 라면을 선보이며 라면 시장도 본격 공략에 나섰다.
마스크 사업 진출 잇따라…스킨케어 화장품 주목
'트라이' 브랜드로 유명한 속옷 전문기업 쌍방울이 지난달 진행한 유상증자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청약률만 394대 1. 전체의 약 5%에 불과한 500만주 실권주 일반공모 모집에 총 20억주 가량의 청약이 모집되며 성공적으로 마감됐다.쌍방울이 유증을 결정한 배경은 마스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실탄 확보 차원이다. 쌍방울은 지난 6월 그룹사인 비비안 나노스 미래산업과 함께 마스크 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속옷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마스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K방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약국 네트워크를 갖춘 지오영과 700억원 규모의 마스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성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마스크 생산에 뛰어든 곳은 중국 영유아용 화장품 전문제조기업인 오가닉티코스메틱도 있다. 국내 증시 상장인 이곳은 의료용 마스크 생산을 개시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가닉티코스메틱은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소독용 물티슈와 손 세정제 등도 판매 중이다.
화장품 및 액세서리 사업에 노크하는 패션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패션 산업 성장이 둔화되자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은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엠퀴리에 이어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를 출시한다. 마스크 착용 일상화와 함께 기초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5월 스킨케어 브랜드 '오노마'를 선보였으며,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내년 초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섬은 액세서리 사업도 본격 확대한다. 한섬은 액세서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전문 편집 스토어인 ‘더 한섬 하우스 콜렉티드’를 론칭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첫 쇼룸을 연 뒤 향후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서 단독매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섬은 올해 액세서리 사업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두 배 늘어난 350억원으로 잡았다. 오는 2025년까지 연간 매출 규모를 10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