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용대출 조인다…은행권과 실무 작업 착수

주택담보대출 우회 용도 '핀셋 규제'…14일 금감원-5대 은행 부행장 회의
10일 은행 신용대출 실무자급 회의도…"은행간 경쟁이 원인 아니냐" 따져

금융팀 = 금융당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용대출을 조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신용대출 용도 중에 생계형 자금도 있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우회 수단 등을 발라내 '핀셋 규제'에 나설 계획이다.

신용대출 규제를 위한 은행권과의 실무 작업에도 착수했고, 신용대출 실적 경쟁을 자제하라는 '경고' 메시지도 전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3일 "생활안정자금이 아닌 용도의 신용대출에 어떻게 핀셋형으로 규제를 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신용대출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우회 수단이나 주식 투자자금으로 활용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커지는 분위기다.

신용대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생활안정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신용대출을 무턱대고 조였다가 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핀셋 규제'가 필요한 만큼 금융당국은 우선 신용대출의 자금 용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신용대출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증권 계좌 샘플, 규제지역 주택 매매의 자금 조달계획서 등을 분석한 결과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우회 자금이나 주식시장으로 흘러갔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일단 금융당국의 핀셋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우회 용도를 규제하는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 속에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의 우회로로 활용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DSR 40%(비은행권 60%) 규제를 개인별로 적용하고 있다.

차주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추가로 신용대출 등의 대출을 받아도 차주 단위 DSR 규제가 적용된다.

DSR 규제 범위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넓히거나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후 3개월 안에 신용대출도 받으려는 차주에게 대출 용도를 확인하는 규정을 적용 중인데 '3개월' 기한을 넓히는 방안도 가능하다.

다만 주식자금 용도 규제 강화에는 회의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신용자가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데 현재 시스템이 그런 것을 허용할 정도는 아니다"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높여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대부분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라 양질의 대출인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규제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은행권과의 협의에도 착수했다.

금감원은 14일 5대 은행 부행장(여신 담당 그룹장급)과 화상 회의를 통해 신용대출 급증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10일에는 이미 은행 대출 관련 차·과장급 실무자들과 회의도 진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 기준 등의 자료를 은행들에 요청하고 신용대출 급증 동향 등을 파악하는 실무선상의 회의였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최근 신용대출 급증의 현황과 배경, 신용대출의 용도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특히 신용대출 급증에 은행 간 과열 경쟁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닌지 의혹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실적 경쟁에 기인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은행 실무자들은 대체로 "무엇보다 금리가 워낙 낮고, 비대면 신용대출로 절차가 매우 간편해졌기 때문에 신용대출이 급증했을 뿐 은행 간 경쟁은 주요 요인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참석자가 전한 회의 내용과 분위기 등으로 미뤄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자제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은행들에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