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IG는 누구 것인가'…뉴딜 ETF 놓고 자산운용업계 '진통'

‘민간 뉴딜펀드’ 지위를 둘러싼 자산운용업계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한국거래소로부터 ‘KRX BBIG K-뉴딜지수’에 대해 3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자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나머지 자산운용사들은 BBIG 테마를 활용한 자체 지수를 개발했다. 거래소 측은 이 지수가 KRX BBIG K-뉴딜지수와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조속하게 뉴딜펀드 관련 지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산운용사 간의 대립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K-뉴딜지수 3개월 배타적 사용권 VS 자체 뉴딜지수 허락해라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KRX BBIG K-뉴딜지수’와 하위 업종별 지수 5가지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3개월 동안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말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만이 BBIG K-뉴딜지수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당초 거래소는 6개월의 사용권을 인정할 계획이었지만 미래에셋운용을 제외한 업계의 반발의 의식해 3개월로 기간을 축소했다. 정책적 수혜가 기대되는 뉴딜 상장지수펀드(ETF)를 포기할 수 없던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ETF 순자산 1위인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해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수개발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협력해 ‘FnGuide K-뉴딜 지수’를 개발했다. 이 지수는 오는 10월 12일부터 정식 가동되고 관련 ETF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해당 자산운용사들에 따르면 거래소는 FnGuide K-뉴딜 지수의 발표 이후 자회사인 코스콤 데이터 측에 KRX 뉴딜지수의 배타적 사용권이 인정되는 기간 동안 순자산가치(NAV) 산출 등에 협력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측이 에프앤가이드의 지수가 KRX BBIG지수와 업종별 편입 종목수가 3개에서 5개로 늘어났다는 점 외에는 사실상 동일한 지수로, 기존 지수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개발업체와 자산운용사들은 지수의 방법론과 구성을 개발할 뿐, 실제로 ETF를 출시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코스콤의 NAV 산출 로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인덱스사업부 관계자는 “거래소는 월권행위로 해석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부정하면서 “에프앤가이드의 지수가 KRX K-BBIG 뉴딜지수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는 판단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미래에셋 배려는 K-뉴딜지수 갖다쓰기 때문"

일각에서는 K-뉴딜지수를 내놓기 위한 거래소의 조속한 일처리가 운용업계의 분열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 뉴딜 관련 지수의 개발에 착수했다. K-뉴딜펀드 발표 예정 시점이었던 8월말이 목표였다. 평소보다 시간이 부족했던 거래소는 미래운용이 이미 코스콤 등록까지 마쳤던 BBIG 지수를 주목했다. 이후 거래소는 미래운용과의 협의를 거쳐 미래운용이 'KRX BBIG 스타12'라는 이름으로 개발했던 지수에 K-뉴딜의 이름을 추가했다. 거래소가 업계의 반발에도 미래운용의 사용권을 사수하고 있는 것도 이런 개발 과정에 대한 보은 차원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BBIG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아닌 언론이 업종 구성부터 종목구성까지 모두 고안한 개념"이라며 "단순히 업종별 편입 종목수를 결정한 것 만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에프앤가이드 지수도 인정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언제나 지수를 개발할 때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여기서 높은 기여도를 보인 운용사에게 관례적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한다”며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K-뉴딜 시리즈의 지수를 출시하고 싶다면 BBIG가 아닌 새로운 테마의 지수를 개발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