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원순 고소인은 피해자인가'…MBC 입사시험 '2차가해' 논란

MBC가 13일 치러진 기자 입사시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소인을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지를 묻는 문제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직장인들과 언론사 시험 준비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선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는 MBC가 기자를 선발하기 위해 이날 치른 논술시험 주제가 '박 전 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로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도 상관없음)'였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어떻게 공채 논제로 2차 가해를 할 수 있는지 황당하네요. 사상검증도 정도껏이지 인간된 도리를 저버리는 논제를…'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피해자라고 쓰면 탈락할 듯' '아무나 취직 못하는 엄청난 직장으로 소문날 듯' '민주당도 나중에 피해 호소인이라는 호칭 버리고 피해자로 바꾸고 사과함'이라는 글도 있었다.

회원수가 15만명이 넘는 한 언론사 시험 준비생 모임 카페에도 '그 많은 주제 중에 하필 저 주제를 논제로 낸 의도가 궁금하네요.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논제가 되기 전 많은 사람들이 검토했을텐데 이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걸 보면 언론사 수준이 딱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정권과 집권 여당의 호위무사들이었으나 갈수록 가관'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박 전 시장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해 논란이 됐다. 이 것이 2차가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고소인의 명칭을 피해자로 통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성폭력과 관련한 법률 용어에도 피해 호소인이란 단어는 없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등에 따르면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피해자라고 통일해 부르며, 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가기만 하면 피해자로 칭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