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예비역 병사·대령을 겁박하는 巨與

秋장관 사죄…"진정성 없다"
"독재정치 구태 되풀이" 비판도

좌동욱 정치부 기자 leftking@hankyung.com
“진심이 느껴지지 않네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죄의 글’에 달린 댓글 반응들은 싸늘했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는데… 이게 무슨 사과냐” “국민에게 오히려 사과하라는 태세”라는 격한 반응도 있었다.추 장관의 사과는 지난해 말 인사청문회 때 아들 서모씨의 ‘휴가 미복귀’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진 지 9개월여 만에 나왔다. 2017년 6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 측이 서씨의 휴가를 연장하기 위해 군부대에 청탁하고 압력을 넣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추 장관은 이런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들에게 “소설을 쓰시네” “질문 같은 질문을 하시라”고 쏘아붙였다. 그랬던 그가 이날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고 사과문을 냈다. 하지만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는 마지막 문장을 보면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당·청의 상황 판단도 추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법과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야당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는 인식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무차별적 폭로와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정도다.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을 차분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진실을 가늠할 수 있다.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주체는 야당이 아니다. 당시 부대에서 서씨와 함께 근무했던 지휘관과 병사들이다. 자대 배치, 통역병 선발 과정에 추 장관 측의 청탁과 압력이 있었다는 이철원 전 대령은 입장문에서 “참모들에게 여러 차례 청탁이 왔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서씨가 3차 휴가를 낼 당시 당직을 섰던 병사는 ‘부대로 복귀하라’고 전화했더니 ‘집이다’란 응답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정치꾼이나 사기꾼들의 증언이 아니다. 평생을 올곧게 생활하다 전역한 고위급 장교와 병역의무를 다한 젊은이가 “반칙과 특권을 보고 참을 수 없다”며 폭로한 것이다. 이런 국민을 두고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단독범으로 볼 수 없다.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하라”는 공격까지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와중에 돌연 “공직 기강을 위한 특별감찰에 착수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이건 아니다”고 용기를 낸 예비역 장병들을 거대한 권력을 쥔 정치인들이 겁박하고 나서는 이유는 뭘까. 언제까지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언론 탓만 할텐가. 여당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에 국민들이 점점 염증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기득권의 중심에 올라선 ‘586 운동권 세대’가 과거 그토록 비난했던 기성 정치의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는 비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