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한국 콘텐츠 투자 지속…新한류 전도사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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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유튜브 등 경쟁업체와는 다른 길 갈 것"
헤이스팅스 CEO는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콘텐츠엔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있고,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잘 대처한 국가로 콘텐츠 제작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그러면서 한국의 스튜디오드래곤을 거론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 설립된 영상콘텐츠 제작사로 ‘비밀의 숲’ ‘미스터션샤인’ 등 히트작을 제작해 넷플릭스에 공급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4886억원이었다. 그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로 ‘신한류(new Korean wave)’의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글로벌 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자를 묻자 “디즈니와 유튜브 모두 훌륭한 회사이고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경쟁사보다 세계 구독자에게 집중하며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확산하고 있는 재택근무에 대해 “100% 재택근무만으로 일하는 방식은 단점이 있다”며 “직접 대면하는 것도 바뀌지 않는 일의 방식 중 일부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구독경제 시장을 주도해온 그는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앞으로도 발전이 예상된다”면서도 “넷플릭스가 구독경제를 계속할지 다른 접근을 할지는 회사 내부에서 토론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일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회사가 플랫폼에 광고를 넣는 것과 관련해서는 “광고를 넣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세계가 K콘텐츠 열광…나도 킹덤·사랑의 불시착 재미있게 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9일.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의 아들 집 침실에서 줌(zoom) 화면을 바라봤다.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모습이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중이다.이날 인터뷰는 최근 헤이스팅스 CEO가 넷플릭스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인재 관리에 대해 쓴 《규칙 없음(No Rules Rules)》 출간을 계기로 마련됐다. 미국 현지서 한국 언론과의 첫 공식 인터뷰다. 인터뷰엔 실리콘밸리에 특파원을 둔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다섯 개 매체가 참여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책 내용뿐 아니라 경영에 대한 질문에도 즉각적으로 답했다. 시간 관계상 부족한 부분은 추가 질문을 통해 보충했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1년 뒤 상황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측하나.
“넷플릭스 유료 구독 계정은 올해 상반기 1억7000만 개에서 1억9500만 개로 증가했다. 외부 활동이 줄어든 상황이어서 넷플릭스가 코로나19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안식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팬데믹(대유행) 상황을 겪으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먼 미래를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넷플릭스는 장기적인(long-term) 계획보다는 백신 개발 및 국경 개방 등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flexibility)’을 중시하는 전략을 세우며 대응하고 있다.”▷회사 내 규칙이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지금 책으로 다시 꺼낸 이유는.
“책을 내는 것은 3년 전부터 결정된 사항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제야 출간됐다. 비디오 대여점이었던 회사가 현재 세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창의적인 콘텐츠산업에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회사가 직원을 관리감독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었다.”▷넷플릭스는 혁신을 지속하는 회사로 손꼽힌다. 현재 상황에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넷플릭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회원들에게 뛰어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콘텐츠가 눈에 띈다. 현재 70여 개의 한국 콘텐츠가 30여 개 언어로 190여 개국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나도 ‘킹덤’과 ‘사랑의 불시착’ 등을 매우 재미있게 봤는데, 이런 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다. 넷플릭스가 ‘신한류(new Korean wave)’의 선봉이라고 생각한다.”▷한국 콘텐츠에 계속 투자한다는 의미인가.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콘텐츠 제작이 일시적으로 멈췄으나, 한국은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힐 정도로 코로나19에 잘 대응했기에 콘텐츠 제작을 지속적으로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넷플릭스가 먼저 개척한 시장에 아마존과 디즈니, 한국의 왓챠 등이 뛰어들고 있다. 이들이 위협이 된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넷플릭스는 구독자 60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12년이 걸린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1년이 채 안 걸렸다. 디즈니플러스의 성장은 매우 놀랍다. 훌륭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연령대가 낮은 시청자들의 유튜브 이용 시간은 넷플릭스의 일곱 배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위협이라고 인식할 수도 있겠지만, 넷플릭스의 ‘킹덤’과 디즈니플러스의 ‘더 만달로리안’은 콘텐츠 성격이 다르다. 유튜브의 핵심 기반인 사용자가 생산한(user-generated) 콘텐츠도 매우 효율적인 콘텐츠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넷플릭스가 유튜브의 길을 갈 필요는 없다. 넷플릭스는 경쟁자가 아니라 전 세계 구독자를 보고 그에 집중하면서 넷플릭스만의 어떤 특별한 가치를 제공할지 고민할 것이다.”헤이스팅스 CEO는 앞서 독일 매체 특파원들과 한 인터뷰에선 “우리는 디즈니를 찬양하고, 존경한다. 그러나 우리는 디즈니보다 더 나아지길 원한다”며 경계심을 은근히 나타냈다.
▷재택근무에 대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년 이상 집에서 일해온 사람으로서 집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재택근무 자체에 대해 비판적이진 않다. 다만 100% 재택근무로만 일하는 방식엔 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 상황이나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재택근무는 우리의 일상이 되겠지만,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것 또한 일상 업무의 일부가 돼야 한다.”▷넷플릭스는 구독경제 확산을 이끈 회사다. 구독경제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독경제의 비즈니스 모델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다만 넷플릭스가 구독경제 방식을 유지할지, 아니면 다른 접근이 필요할지는 사내에서 직원들과 토론하고 다양한 관점을 논의할 것이다.”▷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적극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이런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그 내용이 이번에 낸 책에 담겨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는 건 기업문화에서 기인하고, 기업문화는 직원들이 만드는 것이다. 경영진은 직원들을 감독하는 게 아니라 최고의 역량을 가진 사람을 고용해 영감을 주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이들이 서로 자극을 받아 최고의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상장 당시 넷플릭스 매출은 5000만달러였다. 당시 (비디오 대여 서비스 1위 업체인) 블록버스터 매출(50억달러)의 100분의 1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넷플릭스가 급성장한 비결로 독특한 기업문화를 꼽기도 한다. 어떤 원칙으로 직원을 관리하는가.
“요리와 비교한다면, 넷플릭스 직원들은 레시피의 모든 과정을 하나씩 매우 정확하게 따라 하는 사람보다는 레시피에서 출발하지만 다양한 시도로 자신만의 것을 만들려는 사람을 선호한다. 매우 독립적인 존재로 동기를 주고받는 걸 권장한다. 이런 과정에서 창의가 나온다.”헤이스팅스 CEO의 이번 책 《규칙 없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고의 인재를 뽑아 권한을 아낌없이 준다. 상관을 지적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서로 받아들이도록 교육한다. 자유가 많지만, 실적이 나쁘면 바로 배제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책에는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내야 회사는 더 활기차고 성장한다”고 적혀 있다.
제한된 인터뷰 시간으로 최근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논란’에 대해선 이후 추가로 질문했다. 헤이스팅스 CEO는 이에 대해 직접 답하지 않고 회사의 공식 답변으로 갈음했다. 또 다른 추가 질문인 ‘넷플릭스 플랫폼에 광고를 도입할 계획이 있는가’엔 그가 직접 “넷플릭스의 목표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시청자에게 선사하는 것이고, 현재로선 광고를 넣을 계획이 없다”고 답한 것과 대조된다.넷플릭스 측은 공식 답변에서 “지난 몇 년간 한국을 포함한 1000곳 이상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과 ‘오픈 커넥트’ 기반의 협력을 하고 있다”며 “오픈 커넥트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오픈 커넥트는 통신사 네트워크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사용자가 자주 시청하는 콘텐츠를 새벽 시간대에 미리 저장해 두는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하면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의 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