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코앞 2주간 쉰 셈" 수도권 일반고 예체능 수험생 '막막'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학원운영 중단…실기시험 준비 못해
"남은 기간 극복할 수도 있지만 걱정되는 건 사실"
"이제 학원에 갈 수 있다니 그나마 좀 낫긴 하지만 시험이 얼마 안 남은 학교들은 준비하기에 빠듯해서 걱정이 크죠."서울에서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정모(46)씨는 다가오는 대입 수시 전형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이 원망스럽다.

방역당국이 14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낮추기로 했지만, 2.5단계를 유지하던 지난 2주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학원의 운영이 금지돼 수험생인 아들이 실기시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도권 지역의 일반고 학생만 2주 동안 실기시험 준비에 사실상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학생들은 학원에서 실기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고, 교육부가 고3 학생들에 한해 등교를 허용하면서 같은 수도권 지역이라도 예술고에 재학중인 수험생들은 학교에서 실기 수업을 통해 시험 준비가 가능했다.

정씨는 "당장 이번 달에 수시 원서를 접수하고 10월부터 실기시험이 시작된다"며 "실기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2주나 학원에 다니지 못했으니 피해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감각 되살리자마자 바로 시험장 가야" 불안·긴장
14일부터 학원 운영이 재개되긴 하지만, 수도권 지역의 일반고 수험생과 학부모, 입시학원 관계자는 2주 동안 준비를 계속해왔던 학생들에 비해 입시에서 불리한 건 사실이라는 반응이다.서울 은평구에서 체육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최모(46)씨는 "운동은 2주 정도 쉬게 되면 그 리듬을 다시 회복하는 데 한 달 정도가 걸린다"며 "시험이 한 달 남은 지금 학생들은 감각을 되살리자마자 바로 시험장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불안해 할 수밖에 없고 과도한 불안과 긴장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에서 미술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김진석(38)씨는 "수도권 지역 일반고 학생들은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2주 동안 운동을 못 한 것과 다름없다"며 "남은 시간 동안 더 열심히 노력하면 극복을 할 수도 있겠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 "실기 중요한 고3 입시생들 특수성도 고려해야"
이들은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다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경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학부모 정씨는 "당장은 학원에 갈 수 있다니 좀 낫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모르는데 수시뿐 아니라 정시 기간에도 이런 문제가 또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입시학원 원장 최씨는 "당장 추석 연휴만 하더라도 정부에서 움직이지 말라고는 하지만 국민 정서상 안 움직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다시 코로나19가 퍼져서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 학원 운영이 중지된다면 아이들은 포기하고 재수를 택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실기 과목 시험과 관련한 코로나19 관련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수능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더라도 시험을 볼 수 있는 등 대안이 있지만 미술, 체육 등의 실기 시험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정씨는 "예체능 계열 입시 준비생 수가 적다 보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며 "교육부가 고3에 한해 등교를 허용했다는 건 고3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걸 인정했다는 것인 만큼 실기가 중요한 고3 입시생들의 특수성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