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취업문 열렸다…비대면·수시채용 관문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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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취업전략‘기아자동차 생산기술본부 신입 상시채용’ ‘LF 9월 경력사원 채용’ ‘토스뱅크 코어뱅킹 개발자 적극 채용’…. 지난 11일 오후 취업사이트 잡코리아 초기 화면에 떠 있던 채용 공고다. 기업들이 잇따라 수시채용을 도입하면서 신입사원조차도 수시채용으로 뽑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진 기업들은 신입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더 선호하게 됐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개발자를 못 구해 파격적 대우를 하면서까지 개발자 채용에 나선다. ‘2020년 하반기 취업시장’의 상반된 모습이다. 기업들의 수시채용에 코로나19 한파까지 겹쳐 올해 신입사원 입사 경쟁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채용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감염증 확대 방지를 위해 채용 방식은 비대면(언택트), 화상면접이 대세다. 삼성, SK, 포스코, KT, CJ 등 주요 기업이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한 게 취업준비생들에겐 그나마 위안이다.
취업시장에 불어닥친 ‘코로나 한파’
취업시장에 불어닥친 코로나19 한파는 매섭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절반(50.0%)은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답했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기업도 24.2%에 달했다. 대기업 네 곳 중 세 곳이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 계획을 못 세웠다는 것이다.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내외 경기 악화’를 꼽았다.기업은 직원을 직무전환하거나 필요 인력을 최소한으로 뽑는 게 원칙이 됐다. 채용은 경력직이 다수이고, 신입은 소수다. 신입을 뽑더라도 인턴십을 통해 ‘깐깐한 검증’ 과정을 거친 뒤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이미 채용을 시작한 지방은행은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아직 채용 공고를 내지 않은 주요 은행의 채용 규모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점이 감소하고 상반기에 IT 디지털 인력을 수시채용으로 뽑은 탓이다.전문직 채용시장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변호사협회에 게시된 8월 변호사 채용 공고 건수는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한 법무법인은 변호사 1명 채용에 190명이 지원할 정도였다.
‘채용설명회~면접’ 온라인
코로나19는 ‘온라인 채용’ 방식을 앞당겼다. 매년 9월 열리는 대규모 오프라인 채용박람회는 자취를 감췄다.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채용박람회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기업들이 매년 대학을 순회하며 열던 채용설명회 역시 올해는 온라인 유튜브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SK,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은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해 채용설명회와 현직자 토크 등의 영상 콘텐츠를 앞다퉈 올리고 있다. 이마저도 대기업 중심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은 제대로 된 채용 영상이 없어 구직자들은 ‘깜깜이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채용 전형을 온라인으로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은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온라인 GSAT(삼성직무적성검사)’을 시행키로 했다. 기존엔 전국 5대 도시에 고사장을 마련해 대규모 인원이 시험을 쳤으나 올해는 응시생 각자가 집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시험 과목도 네 과목에서 두 과목으로 줄었고, 시험 시간도 115분에서 60분으로 단축됐다.
삼성 이외 LG, KT도 인적성검사를 온라인으로 치르기로 했다. 자체적으로 온라인 인적성검사를 실시하기 힘든 기업들은 ‘인공지능(AI)역량검사’로 대체하고 있다. ‘채용 비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은행들도 채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AI역량검사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응시자로서는 갑작스레 도입된 온라인 채용이 부담이다. 종이 위에 문제를 풀던 것에 익숙해진 응시자는 PC 모니터만 보고 문제를 풀어야 하고, 대면면접이 아니라 AI·화상면접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채용규모가 줄고 채용방식이 변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은 법. 참고 견디면 분명 화려한 날이 올 것이다. 부디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할 뿐이다. 이번 취업특집을 통해 취준생들이 무언가 한 가지라도 건져 올려 진로선택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