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박원순 피해자 호칭 '靑이 결정해줘야'가 합격인가"

"박성제 사장 책임 물어야"
지난 7월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MBC가 취재기자 입사시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에 대한 호칭을 묻는 문제를 출제한 것과 관련해 MBC 노조가 박성제 사장을 향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14일 ‘성추행 피해자라 부르지 못했던 MBC의 논술 문제’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MBC 보도 행태로 미루어 어떻게 대답하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인지 대단히 우려된다”며 “여권 정치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은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 호소자라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가진 사람을 뽑으려는 음모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노조는 “MBC 뉴스데스크는 박 전 시장이 목숨을 끊은 당일 보도에서는 성추행 범죄를 고소한 전직 여비서를 ‘피해자’라고 호칭했으나, 그 이후 성추행 피해 정황들이 드러나는데도 오히려 ‘피해자’ 호칭 사용을 꺼렸다”며 “그렇게 보도했던 사람들이 박 전 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 호칭 문제에 어떤 답변을 원하는가. ‘그건 MBC가 결정하면 안 되고 청와대에서 결정해주어야 한다’고 쓰면 합격시키려 하는가”라며 반문했다.

노조는 “박성제 사장과 현 경영진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성인지 감수성'은 성범죄 사건을 피해자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에 비추어 이번 사건을 판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MBC는 지난 13일 치러진 취재기자 부문 입사시험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로 칭해야 하는가, 피해호소자로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도 상관없음)’라는 취지의 문제를 출제했다.성폭력과 관련한 법률 용어에도 피해 호소인이란 단어는 없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등에 따르면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피해자라고 통일해 부르며, 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가기만 하면 피해자로 칭한다. 앞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7월 박 전 시장의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렀다가 2차 가해 등 여성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후 민주당은 ‘피해자’로 호칭을 통일하기로 했다.

MBC 측은 ‘미디어스’를 통해 “응시생들이 시사현안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맥락을 읽는 능력을 보고자 함이었다”며 “문제 안에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2차 가해라고 명시해뒀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자들은 어느 한쪽에 문제가 있다면 논리적이고 심층적으로 파악해 이를 전달해야지 문제 속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며 “사건의 맥락을 잡아내고 분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