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 '마법의 웨지'는 선수 맞춤용 아닌 기성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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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리스트 보키 SM8 사용14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 우승을 차지한 이미림(30·사진)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그의 웨지다. 그가 그린 주변 ‘칩인’으로만 마지막 날 4타를 줄이면서다. 선두에 2타 뒤진 18번홀(파5)에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이글을 잡은 것도 칩샷 덕분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메이저 챔피언십에서 ‘물오른 퍼트감’을 앞세워 우승한 선수는 봤지만 이미림은 ‘물오른 웨지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고 했다.
54도·58도로 잇따라 칩인 성공
"체력 키우자 스윙까지 좋아져"
이날 우승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웨지는 타이틀리스트사 웨지 브랜드 보키의 SM8. 선수 맞춤형 주문제작 제품이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는 기성품이다. 이미림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타사 브랜드로 바꿨다가 잘 맞지 않자 2년 전 한국에 들어올 때 다시 옛 클럽을 찾았다. 이전 모델인 SM7부터 사용했고 신제품인 SM8이 올해 초 출시되자 똑같은 스펙으로 모델만 바꿔 사용 중이다. 그는 50도와 54도, 58도 등 세 개의 웨지를 사용한다. 전성기 때 썼던 클럽을 쓰자 실력도 함께 돌아온 셈이 됐다.이미림은 이날 6번홀과 16번홀(이상 파4)에선 58도 웨지를 사용해 공을 띄운 뒤 굴려 홀 안에 집어넣었다. ‘이글 칩인’이 나온 18번홀에선 54도로 볼을 쳤다. 홀 옆 약 1.5m 거리에 공을 붙인 연장 1차전에서도 그는 퍼터를 들었다가 다시 집어넣더니 58도 웨지를 선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홀로 홀 옆에 공을 붙여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다.
이미림은 정석 칩샷을 구사한다. 최송이 전 LPGA투어프로는 “아마추어들은 팔과 손목만 너무 많이 써 토핑이나 뒤땅 섕크가 자주 나는데, 이미림 같은 프로들은 몸 전체를 ‘마치 풀스윙의 축소판’처럼 연결해 회전한다”며 “다운스윙에서 감속 없이 일정한 템포로 가속한다는 것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고 했다.
강해진 체력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4년 전 마라톤클래식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칩샷을 붙이지 못해 보기를 범했다. 그 실수로 연장으로 끌려갔고 결국 준우승에 머무른 과거가 있다. 당시 이병옥 JTBC골프 해설위원은 “(이미림의) 스윙 템포가 갑자기 빨라졌다”며 “이미림 선수가 체력이 떨어져 몸이 빨리 열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미림은 이 대회를 앞두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하며 체중을 7㎏ 줄이고 근력은 대폭 키웠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