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당선 후 재산 수백억 늘었다? 해명 들어보니…"사실무근, 기준 달라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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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175명, 당선 후 재산 1700억 증가…"기준 변화 탓"
경실련 "의원들, 시세 반영 재산 공개토록 기준 마련했어야"
“재산 관련해 이전과 다르게 신고한 부분은 하나도 없다. 기준이 변화해서 기재가 달라졌을 뿐이다. 경실련이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것이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후보 시절에 비해 당선 후 재산이 288억이나 늘어났다고 발표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해명했다.
한무경 의원은 "재산이 늘어난 것은 주식이 당시엔 액면가 5000원으로 계산됐고 지금은 실거래가로 평가하라는 지침 변경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재산 증가는 순수하게 비상장주식의 증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175명, 당선 후 재산 1700억 증가…"기준 변화 탓"
경실련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규등록 국회의원 175명의 입후보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고한 전체 재산 평균은 18억1000만원, 부동산재산 평균은 12억4000만원이었다. 그러나 당선 이후 이들이 신고한 전체 재산과 부동재산 재산 평균은 각각 28억1000만원, 13억3000만원으로 증가했다.재산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의원은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다. 전봉민 의원은 후보 등록 때보다 선거 이후 재산이 무려 866억원 증가했다.
다음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한무경 의원은 후보자 등록 때 토지 34필지를 신고했지만, 필지별로 신고하지 않고 1건으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72억원의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3명 의원의 재산만 5개월 만에 1326억원이 늘어났다는 것이다.한무경 의원은 기준 변화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초창기에는 세세하게 적지 않고 '몇 필지 외 몇 건' 식으로 한꺼번에 나갔다. 이번에는 하나씩 풀어쓰라고 해 건수가 늘어난 것"이라며 "비례대표 때 신고한 것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자료만 분석해보면 알 수 있는데 경실련이 찾지 못했거나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산 증가분 1위(866억원 증가)로 언급된 전봉민 의원도 "(부동산 가액 변동에 대해선) 잔금 납부, 채무로 잡힌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올해 6월1일자로 비상장주식에 대한 재산신고 기준이 재무제표를 분석한 주당 가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변경됐다"면서 '착시 효과'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경실련 "의원들, 시세 반영 재산 공개토록 기준 마련했어야"
경실련 측은 전봉민 의원의 부동산 재산 2억3000만원 증가분에 대해서는 소명한 내용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5개월 만에 주식 재산이 800억원대로 뛰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10억원 이상 재산이 증가한 의원들 중 상당수는 대부분 주식 보유 사례다. 보유 비상장 주식이 후보자 등록 때 액면가였는데 이번에 실거래가로 기재하도록 법이 바뀌면서 재산이 증가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관련 법이 작년 말 통과했는데 시행 시기가 6월로 돼 있다. 그렇다 보니 선거 당시엔 일종의 '재산 축소 공개'가 된 것"이라며 "법에서나 시행 과정에서 이를 유도한 것이라 보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법 변경에 따른 것이라 하지만, 애당초 후보자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라는 취지에 맞게 법 해석을 해 재산 공개를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시장가가 반영되는 게 맞는데 시행령 등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몇몇 단서를 달아 비상장주식에 대해서 시세가 아닌 예외 적용을 하도록 했다. 부동산 가격도 시세를 반영해야 함에도 실제 가격이 아닌 공시가격으로 하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법 제도를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이 지점에 대한 개선점을 마련하지 않은 것 역시 문제점이라고도 했다.
김성달 국장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재산 공개를 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제도 탓이라 해도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축소 공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을 손질하지 않고 몇 년째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