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재정비 어떻게…기준·적용대상 세분화에 초점 둘 듯

정부가 현재 3단계로 구분해 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과 이에 맞춘 방역 조치 사항 등을 재정비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지 그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그간 거리두기를 시행했던 경험을 평가해 단계별 기준과 조치 사항 등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정부가 기준 등을 재정비하기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 6월 발표된 것으로, 3단계로 구분된다.

지역사회 내 확진자를 토대로 한 일일 확진자 수, 감염 경로 불명 사례 비율, 현재 관리 중인 집단 발생 사례 현황 등의 지표를 참고해 단계를 나누고 그에 따른 방역 조치 강도를 다르게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유행 상황 등에 따라 단계별 방역 조치를 추가하거나 빼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운용하다 보니 방역 조처를 따라야 하는 일선 사업증 등에서는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실제로 지난 8월 30일부터 전날까지 수도권에서 시행됐던 '강화된 거리두기 2단계'는 당초 정부가 발표한 기준에는 없었던 '2.5단계' 조치였다.

3단계 거리두기가 불러올 사회·경제적 파급을 고려해 3단계보다 다소 수위를 낮춘 방역 조처를 내린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땜질식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미 의료계, 경제·사회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생활방역위원회에서는 거리두기 재정비 필요성을 제기한 상태다.중수본에 따르면 최근 열린 생활방역위원회 회의에서 다수의 위원들은 현행 거리두기 단계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전체적인 방역 대응 전략을 재평가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위원은 외국과 비교해 단계별 기준 자체는 낮지만, 방역 대응은 상당히 강하게 돼 있어 사회적 비용이 과도하게 초래된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1단계 생활방역 체계를 현재 권고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의무사항을 조금 더 넣어 방역 대응을 강화하면서 2·3단계 거리두기는 세분화해 기준을 높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이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계가 설정되고 무슨 조처가 내려지는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단계별 기준을 명확하게 하되, 단계를 세분화함으로써 사회·경제적 영향까지 세심할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 같은 재정비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방역 조치를 만든 지 3개월 가까이 지난 만큼 현재의 방역망과 의료 대응 체계, 확진자 발생 추이, 사회경제적 비용 및 국민들의 수용 여부 등을 두루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의 거리두기 단계를 촘촘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이나 방역 조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5단계 정도로 나눈 뒤에 필요한 경우 세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최근 중환자 급증에 따른 병상 문제를 거론하며 "지방자치단체별로 감당 가능한 수준의 환자 발생 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고려해 거리두기 단계별 방역 조치 사항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지금의 거리두기 기준에서는 2단계와 3단계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큰 것이 문제"라면서 "2.5단계를 2주만 했는데도 자영업자의 피해가 컸던 만큼 피해는 줄이면서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논의에서는 단계별 기준을 늘려 세분화하고 각 시설·업종에 맞는 방역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교수 역시 "지난 5∼6개월의 경험이 축적된 만큼 위험도가 없다고 판단되는 곳은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위험도가 있는 곳은 계속 관리하는 형태로 '정밀 맞춤형 방역'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기모란 교수는 "모두에게 동일한 조처가 아니라 의료기관, 요양원만 대상으로 하는 거리두기 단계를 만들거나 집단감염 우려가 큰 대규모 집회, 방문판매업 등 특정 상황에만 방역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