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섭 효성티앤씨 대표 "글로벌 패션 트렌드 주도하는 섬유기업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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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르와 협업한 마스크 '완판'효성티앤씨의 섬유 공장 가동률이 지난 6월 47%까지 뚝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은 옷을 잘 사 입지 않았다. 세계 주요 옷 공장들은 속속 문을 닫았다. 효성티앤씨가 생산한 스판덱스,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사줄 곳이 없었다.
친환경 나일론 백팩도 만들기로
B2B 위주서 B2C로 사업확장
코로나로 반토막 난 공장가동률
이달들어 100%로 끌어올려
수익성이 뚝 떨어져 적자까지 냈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은 82억원.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위기였다. “공장을 줄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용섭 효성티앤씨 대표(사진)의 생각은 달랐다. “코로나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판단했다. “실적은 곧 급반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도 등 해외공장 속속 정상화
김 대표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장 가동률을 이달 들어 100%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그는 경쟁 관계인 중국 기업들이 해외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생산을 정상화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섬유 생산국이다. 효성티앤씨가 세계 1위(시장점유율 약 33%)인 스판덱스의 경우 중국이 약 60%를 생산한다. 스판덱스 소비 비중도 40%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원사 업체는 자국 시장에만 집중했다. 해외로 나가 영업할 여력이 없었다. 김 대표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모두 가동했다. 효성티앤씨는 중국 베트남 인도 브라질 터키 등 해외 19개국에 진출해 있다. 그는 “요즘 새로운 고객사가 속속 뚫리고 있다”며 “해외에서 영업하고 있는 섬유회사는 효성티앤씨가 거의 유일하다”고 했다.김 대표는 요즘 매일 세계 주요 봉제공장의 원료 소진율, 가동률 등을 보고받는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인도 중부 아마다바드 지역 봉제공장 가동률을 확인했다. 지난달 7일 45%까지 떨어졌던 가동률이 이달 4일 70%까지 회복됐다. 이런 글로벌 정보망을 구축한 섬유회사는 효성티앤씨밖에 없다. 김 대표는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3분기 이후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보류된 투자도 곧 재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작년 10월 첫 가동을 시작한 인도 공장이 6개월 만인 올 4월 셧다운(일시 가동중단)됐는데, 지난 8월 말 재가동에 들어갔다”며 “인도 공장을 정상화한 뒤 추가 증설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티앤씨는 조만간 투자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패션 브랜드와 협업 성과
김 대표는 원사 업체가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원사 업체는 과거 패션 브랜드 기업, 유통회사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원사만 잘 납품하면 됐다. 요즘은 아니다. 룰루레몬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 패션기업, 타겟 등 유통사 등과 직접 소통한다.효성티앤씨가 국내 요가복 기업 안다르와 협업해 지난달 말 패션 마스크를 내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효성티앤씨가 생산한 폴리에스테르, 스판덱스 원사를 조합해 완제품 생산까지 했다. 이 마스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사흘 만에 첫 물량 3만 장이 다 팔렸다. 효성티앤씨는 15만 장을 추가로 제조하기로 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도 있다. 글로벌 백팩 브랜드 오스프리가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나일론 소재 ‘마이판 리젠 로빅’을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이판 리젠 로빅은 섬유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만든 친환경 소재다. 작년 2월 한 해외 박람회에서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소재를 본 오스프리 관계자들이 먼저 제품 공급을 의뢰해 성사됐다.김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나 유통사와 직접 소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며 “기존 B2B(기업 간 거래)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소비자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게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