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 없는 여행' 파는 항공사…더 물러설 곳이 없다

[이슈+] 고사위기 항공사의 '착륙 없는 비행'

▽ 일본·대만서 일반인 대상 상품 시범운영
▽ 국내에선 에어부산이 교육용으로 첫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객 추락 속 국내외 항공업계에서 '도착지 없는 비행' 도입 시도에 나섰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가 대만 여행사 이지플라이, 항공사 타이거에어와 공동으로 제주 상공을 여행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인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 상품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지난 11일 정오에 출시하자마자 4분 만에 판매가 완료됐다.대만관광객 120명이 참가하는 해당 상품은 19일 타이베이공항을 출발해 목적지인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고 제주 상공을 선회한 뒤 대만으로 다시 회항하는 상품이다. 이번 상품에는 코로나19 사태각 잦아들어 한국과 대만의 관광교류가 재개되는 시점부터 1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방한 왕복항공권 등을 함께 담았다.

이 같이 대만과 일본의 일부 항공사는 여객 수요 추락을 조금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유사한 상품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해당 국가의 상공을 선회한 뒤 회항하는 '가상 출국여행' 상품이 출시 4분만에 완판됐다.사진=연합뉴스
일본 항공사 ANA는 도착지 없는 비행의 일환으로 하와이 여행 기분을 내도록 상품을 기획했다. 승무원들과 승객이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관련 기념품을 준비해 일본 상공을 돈 후 다시 내리지 않고 돌아오는 상품이다. ANA는 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서 운항하는 여객기를 이용해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출발한 후 돌아왔다. 앞서 국내에서는 에어부산이 지난 10일 국내 상공을 비행하다 출발지로 돌아오는 방식의 도착지 없는 비행을 첫 운항했다.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포항과 서울을 거쳐 광주와 제주 상공까지 운항한 후 김해공항으로 되돌아왔다.

다만 이는 여행·관광용이 아닌 교육을 위해서였다. 해당 비행은 경상북도 소재 위덕대학교 항공관광학과 학생 7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체험비행 항공편에 탑승해 기내 이·착륙 준비, 기내 방송, 각종 승객 서비스 체험 등 실제 캐빈승무원의 직무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어부산은 추가로 5~6회에 걸쳐 학생 교육 목적의 체험비행 항공편을 운항한다는 계획이다.에어부산 관계자는 "향후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될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비행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국내 항로뿐만 아니라 일본·대만 등의 근거리 국제 항로 운항도 고려 중이고, 국제 항로의 경우 기내 면세품 판매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어부산은 지난 10일 국내 상공을 비행하다 출발지로 돌아오는 방식의 도착지 없는 비행을 첫 운항했다. 해당 실습 비행체험에서 위덕대학교 항공관광학과 참가학생이 기내방송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에어부산 제공
유휴 여객기 활용을 위해 다른 국내 항공사들도 도착지 없는 비행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항공 역시 이 같은 도착지 없는 비행 상품 출시를 고려 중이다.싱가포르 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싱가포르항공(SIA) 그룹이 국내선 고객을 대상으로 다음달 말까지 해당 상품을 내놓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항공의 상품은 창이 공항을 이륙해 약 3시간 동안 싱가포르 인근 상공을 비행한 후 창이공항으로 돌아오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항공이 이에 싱가포르 관광청과 손잡고, 정부가 국내 관광 진흥을 위해 지급하는 '관광 진흥 바우처'로 해당 상품 일부를 결제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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