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이 대학살자?" US오픈 코스가 얼마나 어렵길래

시즌 첫 메이저 US오픈 17일 미국 뉴욕주 윙드풋 골프클럽서 개막
2006년 후 14년만에 '몬스터 코스'에서 열려
개미허리 페어웨이, 빽빽한 러프 악명 높아 언더파 치기 가장 어려운 코스
1974년 헤일 어윈이 7오버파 우승 후 '윙드풋의 대학살'별명
메이저 16승 노리는 타이거 우즈 "난도 역대급" 평가
올해 특히 잔디 밟아주는 갤러리 없어 러프에 공 들어가면 낭패
디펜딩 챔프 게리 우들랜드 "캐디가 던져준 공이 눈앞에 떨어졌는데 못찾기도"
"이번엔 다를 것이다!"

올해 제 120회 US오픈(총상금 1250만달러)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이런 전망을 내놨다. 출전자들이 언더파를 쏟아내 '동네북 오픈'이란 오명을 뒤집어 썼던 그간의 굴욕을 씻어내겠다는 의지다. 협회는 모처럼 대회 코스부터 바꾸며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 시즌 첫 메이저인 이 대회는 오는 17일 미국 뉴욕주 마마로넥의 윙드풋 골프클럽 웨스트 코스(파70·7477야드).에서 열린다.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김시우, 임성재 등 144명의 강호들이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디펜딩 챔프는 게리 우들랜드다.US오픈은 원래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대회', '언더파만 쳐도 우승하는 대회'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여러 코스를 떠돌며 개회하던 최근 이런 '명성'에 금이간 게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에서 열린 지난해 대회에선 게리 우들랜드가 13언더파를 쳐 우승했다. 뉴욕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8년 대회는 브룩스 켑카가 1오버파로, 그 이전 해는 위스콘신주 에린힐스에서 열렸는데, 역시 켑카가 16언더파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2006년 제프 오길피가 우승할 때의 5오버파와는 확연히 다른 난도다. 2016년 더스틴 존슨은 오크몬트CC에서 열린 이 대회를 4언더파로 제패했다. 대회 주최 측은 "난도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골프 전문가 아담 스탠리는 "US오픈은 최근 6년동안 오버파 우승이 딱 한 번일정도로 쉽게 플레이됐다. 지난 3년간 챔피언이 쌓은 성적은 무려 28언더파나 됐다"고 말했다. 올해는 그러나 얘기가 달라졌다. 대회 코스가 악명높은 '윙드풋'이어서다. 1923년 문을 연 윙드풋은 최근 US오픈을 개최한 여타 코스와는 난도의 급수가 한참 다르다. 타이거 우즈는 "아마도 US오픈이 열린 코스 중 오크몬트에 버금가는 역대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14년만에 US오픈을 여는 윙풋은 지금까지 5차례 US오픈을 개최했고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 코스에서 언더파로 우승한 경우는 1984년 퍼지 죌러(4언더파)가 유일하다. 1974년 헤일 어윈이 7오더파로 우승했을 때 언론은 '윙드풋의 대학살'이라고 쓰기도 했다.

윙드풋은 파5 홀이 딱 2개밖에 없는데, 좁은 페어웨이와 질기고 긴 러프가 특징. 마지막 5개 홀이 모두 전장이 425야드 이상인 파4홀이면서도 직선코스라는 게 이채롭다. 직선코스는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형태다. 우들랜드는 "드라이버 티샷이 페어웨이를 지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우들랜드는 "칩샷 준비 중에 캐디가 공을 던져줬는데 바로 코앞에 떨어진 공을 못찾은 적도 있다. 연습라운드를 하는 데 공을 찾느라 10시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우즈는 "바람이 어느쪽에서 불 것이냐, 주최 측이 러프를 깎을 것이냐, 얼마나 풀이 젖어있느냐가 변수일 수 있는데, 어찌됐든 어려운 것은 틀림없다"며 "특히 갤러리가 없어서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평했다. 평소같았으면 구름 갤러리들이 러프를 밟아 평평하게 해줘 공을 잘 찾아칠 수도 있겠지만, 무관중으로 열리는 올해에는 이런 '메리트'도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필드위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는 다른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공격적으로 드라이버를 칠 것이다. 러프에 들어간다 해도 웨지나 9번 아이언으로 잔디를 짧게 깎아놓은 그린 근처까지만 보내면 공을 쉽게 그린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러프에 들어간 거라면 그린에 가까운 러프에 들어간 게 그린 공략에는 더 유리하다. 이런 장점을 포기할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그는 이번 대회에서 규정상 최장 길이 샤프트인 48인치짜리 샤프트를 사용할 지를 고심중이다. 그가 공격적으로 경기할 전략을 세웠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우즈는 이번 대회를 통해 메이저 16승과 통산 83승째를 노리고 있다. 다만 이 코스에서의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 아버지 얼 우즈를 여읜 직후인 2006년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출전해 커트 탈락한 경험도 있다. 그가 메이저 대회에서 예선탈락한 것이 그 때가 데뷔 후 처음이었다.
우즈는 "내가 마스터스에서 경기하는 걸 마지막으로 지켜보신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얼마 안가 대회에 출전해 연습할 겨를이 없었다. 아직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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