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전국민 독감백신 접종' 놓고도 충돌

野 "1000억 안팎이면 무료접종
추가분 생산 충분히 가능
취약계층부터 순차적 접종"

與 "1조 가까이 돈 들어가
독감 유행시기에 물량 못 맞춰
수요 폭발해 논란 커질 것"
사진=연합뉴스
전 국민 무료 독감 예방접종안을 두고 여야가 다른 주장을 내놓으면서 국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무료 접종에 필요한 예산부터 접종 대상, 백신 추가 생산 가능 여부까지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전 국민 통신비 지원안에 야당이 독감 백신 지원안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정치권이 무분별한 전 국민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억원 vs 1조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16일 전 국민 독감 예방접종에 필요한 예산에 대해 “1000억원 안팎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예결위원인 박용진 의원은 “1조원 가까운 돈이 또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올해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확보된 백신 물량은 3000만 주가량이다. 이 중 무료 접종 대상인 만 62세 이상 노인과 아동·청소년 접종에 1850만 주가 배정돼 있다. 민간 물량인 1150만 주는 나머지 인구가 자부담(3만5000~5만원)으로 접종한다. 이 물량을 무료 지원분으로 돌리는 것을 두고 예결위가 논의 중인데, 필요한 예산을 두고 여야의 추산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무료 접종을 위해 책정한 백신 가격은 주당(4가 기준) 8790원. 이 가격으로 민간 물량(1150만 주)을 사면 추 의원 말대로 1000억원 안쪽에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에 풀리는 백신 단가는 1만5000원 수준으로 더 비싸다. 민주당은 전 국민 대상이면 2000만 주 이상을 추가로 사야 하고 예방접종으로 돈을 벌어온 민간 의료기관의 손해분 보전까지 고려하면 필요 예산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추가 생산 가능 vs 물백신 전락

전 국민 접종에 필요한 추가 생산 물량을 두고도 여야의 주장이 갈리고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확보된 3000만 명분 외에 “나머지 2000만 명분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며 “지금부터 하면 된다”고 했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독감 백신은 보통 6월 정도에 주문을 받아서 생산한다”며 “독감 유행이 끝나고 맞아봤자 ‘물백신’이 된다”고 반박했다.백신 생산엔 통상 4~6개월가량이 걸리는 게 맞지만 의지만 있다면 당장 생산에 들어가 연초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판단이다. 독감은 길어지면 이듬해 3~4월까지 유행한다. 추 의원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관계기관과 백신 회사에 연초까지 얼마나 조달이 가능할지를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여야 ‘전 국민 대책’ 추경안 포함될까

무료 접종 기준을 두고서도 여야 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기존 무료 접종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 중 차상위계층과 만성질환자 등을 우선 고려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하지만 ‘선별접종’이 이뤄지면 기준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착순으로 한다고 해도 문제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수요가 폭발해 지금의 민간 물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정작 예방주사를 맞아야 할 사람들의 건강보호권이 제약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여야가 필요 예산과 정책 대상,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민심을 얻기 위한 전 국민 대상 지원책부터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은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예산을, 야당은 전 국민 무료 독감 예방접종 예산을 4차 추경에 넣자고 주장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독감 예방접종이 통신비 지원보다 과연 합리적인 대안 사업이냐”며 “민간 물량을 일부 활용해 무료 접종 대상을 조금 더 확대하는 수준이 맞다”고 했다. 추경호 의원은 “통신비 지원과 예방접종은 별개 사안”이라며 “(통신비 지원은) 지금이라도 접는 게 맞다”고 했다.

아직까진 서로 선을 긋고 있지만 결국 여당이 주장하는 통신비 지원과 야당이 주장하는 독감 예방접종 지원이 모두 추경안에 반영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예결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상대방의 안을 받아들이는 정도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