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T 인력 몰리는 빅히트…"경쟁사는 에스엠 아닌 네이버"

1년새 경력직 100여명 채용
임원급에 IT 베테랑들 영입

자체 온라인 공연 플랫폼 개발
BTS 콘서트로 수백억 매출
IT 기반 콘텐츠社가 목표
사진=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대표 방시혁)가 최근 정보기술(IT)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국내 IT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달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인터넷업체 네이버와 카카오를 경쟁 기업으로 공개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IT를 접목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IT 기업과 엔터테인먼트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IT 인력 ‘블랙홀’로 떠오른 빅히트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경기 판교 지역 등의 IT 기업에 근무하던 직원 100명 이상이 빅히트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도 최근 각각 수십 명이 빅히트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IT업계 관계자는 “빅히트가 기존 직장보다 연봉을 더 주고 회사 주식도 나눠주는 조건으로 IT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히트는 지금도 앱 개발과 운영, 게임 사업 등 다양한 IT 분야에서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앞서 빅히트는 회사 임원급으로 IT 기업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지난 5월 박지원 전 넥슨코리아 대표를 국내 조직을 책임지는 HQ(헤드쿼터) 최고경영자(CEO)로 채용했다. NHN(현 네이버)에서 네이버서비스2본부 부장,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서 마케팅센터본부장 등을 지낸 카풀 앱 풀러스의 김태호 전 대표도 빅히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빅히트와 CJ ENM이 K팝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 빌리프랩의 대표를 맡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M에서 전략투자, 신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김중동 전 SV인베스트먼트 VC투자 본부장은 빅히트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천혜림 전 카카오 브랜드아트셀 셀장이 빅히트로 옮겼다. 카카오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을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IT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

빅히트가 단순히 IT 기업의 인력만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개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를 경쟁 기업으로 꼽고 있다. 상장을 앞둔 빅히트는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하면서 자사의 기업 가치를 산정하기 위한 비교 회사 목록에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했다. 빅히트는 5개 비교 기업을 선정하면서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SM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고 대신 국내 인터넷 기업들을 넣었다. 빅히트는 투자설명서에서 자사를 단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니라 IT 기반 콘텐츠업체라고 설명했다. 투자보고서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가 이어져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빅히트와 인터넷기업 간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해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콘서트를 유료로 온라인 독점 중계해 한 번에 4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BTS는 최근 네이버를 떠나 자체 온라인 공연 플랫폼이자 팬 커뮤니티 앱인 ‘위버스’를 만들었다. 올 6월 빅히트가 자체 제작해 온라인으로 유통한 콘서트는 107개국에서 75만 명이 관람했다. 티켓 판매액만 최소 220억원에 달했다. BTS를 놓친 네이버는 지난달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해 K팝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IT업계에서는 빅히트의 IT 역량이 이미 수준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위버스를 개발·운영하는 빅히트의 자회사 비엔엑스에는 40명 이상의 IT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7월 23일에는 BTS의 활동 증가로 1분간 400만 건 이상의 트래픽이 순간적으로 발생했지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빅히트는 소속사 가수를 하나의 지식재산권(IP)으로 보고 IT를 활용해 다양한 디지털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빅히트는 지난해 게임업체 넷마블과 BTS의 IP를 활용한 게임을 출시했다. 넷마블과 BTS를 활용한 두 번째 게임을 오는 24일 내놓을 예정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