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K] 어벤져스 무릎 꿇린 아기상어…"전성기? 3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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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라이선스상…토이스토리 어벤져스도 이겼다
▽ 유튜브서 누적 구독 65억뷰…전체 2위 기염
▽ "본격 전성기는 30년 뒤…새로운 기술 포용이 강점"
2017년 9월. 인도네시아 인스타그램엔 #babysharkchallenge(베이비 샤크 챌린지) 열풍이 불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은 맞잡은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뚜루루루뚜루" 노래를 불렀다. 야간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도 입을 굳게 다문 채 아기상어 율동을 따라 한다. 헬스장과 은행 등을 배경으로 한 베이비 샤크 챌린지 영상도 무더기로 올라왔다. 아기상어가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셈이다.여기에 인기 배우 아만다 커니(Amanda Cerny)가 인도네시아 유명 TV프로그램인 투나잇쇼에 출연해 핑크퐁 상어가족 춤을 추면서 인기는 정점을 찍었다. 아만다 커니의 영상은 인스타그램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400만건을 돌파했다.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아기상어가 전 세계에 유행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베이비샤크 챌린지가 인기를 끌면서 2017년 8월 당시 인도네시아 현지 핑크퐁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무려 300%나 증가했다.
아기상어 캐릭터화를 일궈낸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마트스터디는 2015년 북미의 구전동요 '아기상어(Baby Shark)'를 각색해 상어가족 캐릭터화에 박차를 가하던 중이었다. 아기상어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촉이 왔다.
인도네시아행 티켓을 끊어, 직원 두 명을 급파했다. 아기상어 인형 탈을 들고 간 이들은 현지에서 환호를 받으며 현지 베이비샤크 챌린지에도 참여했다. 직원들은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인도네시아어 아기상어 노래도 번역해 빠르게 내보냈다. 인도네시아의 베이비샤크 챌린지는 필리핀으로도 퍼졌다. 영국·미국 등지로 나가있던 필리핀 유모들이 아기들에게 아기상어 영상을 틀어주면서, 미국 내 인기도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돌이켜보면 아기상어가 전 세계로 뻗어나간 변곡점이었다.
美라이선스상…토이스토리 어벤져스도 이겼다
스마트스터디는 지금도 아기상어 콘텐츠와 캐릭터 사업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사장은 미국 장난감협회에서 올해 라이선스 상을 받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 부사장은 "포켓몬과 토이스토리4와 어벤져스와 같은 경쟁자도 제쳤다"며 "혁신과 인기 등을 종합해 올해의 봉제 장난감상도 받았다"고 설명했다.장난감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토이어워드(Toy of The Year Award)에서 2관왕을 차지한 소감은 남달랐다. 국내 콘텐츠가 올해의 라이선스상을 받은 것도 아기상어가 처음이었다. 북미 라이선스 업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지적재산권(IP)을 선정하는 상이어서 의미는 더 컸다. 봉제 장난감 부문에선 세계적 완구업체 와우위(WowWee)와 함께 개발한 '핑크퐁 아기상어 사운드 퍼펫'이 선정됐다.
'아기상어' 유튜브 누적65억뷰…전체 2위
2010년 설립된 스마트스터디가 처음부터 대박을 냈던 건 아니었다. 회사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초등학교 학습 플랫폼을 만들었다. 2년간 별다른 매출이 나오지 않아 자본잠식에 이를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당시엔 학습지 시대로, 너무 블루오션이었다"며 "매출이 없어서 1년 반 정도 앱을 만드는 외주를 맡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스마트스터디는 방향을 전환해 기존 동요인 곰세마리에서부터 출발해 2015년 아기상어를 만들었다. 아기상어 노래는 유명세를 타면서 제임스 코든, 존 레전드에 이어 루이스 폰시 등 해외 스타들의 커버(COVER)도 이어졌다. 아기상어의 현재 유튜브 조회수는 65억뷰로 전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시간 아기상어가 인기를 끄는 비결에 대해 이 부사장은 3가지를 꼽았다. 그는 "노래가 한 번 들으면 귀에 쏙쏙 박히는 톤이 있고, 아빠 엄마 할머니 등 가족 모두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가족 콘셉트의 노래"라며 "상어는 원래 무서운 존재지만, 귀여운 상어를 앞세우면서 반전 매력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상식을 깨는 신선함도 작용했다. 보통 상어는 물고기의 포식자지만, 이 둘은 친구로 등장한다. 그는 "아기상어 친구인 주황색 물고기 윌리엄과의 케미(조화)도 한 몫 했다"며 "북극곰이 연어와 친구가 되는 식으로 상식을 뒤엎었다"고 밝혔다.
현재 아기상어 관련 영상 버전만 100개에 달한다. 그는 "100개의 베이비샤크 버전 중 가장 많이 본 게 베이비샤크 댄스 버전으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춤 추는 영상"이라며 "춤을 보면 아무래도 따라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인데, 베이비샤크 댄스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재미가 더해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내년 새 캐릭터 출시…중국 교육계 공략
내년엔 아기상어에 이은 신규 캐릭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7~8세에서 10~12세까지 즐길 수 있는 IP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아기상어 이후 루키를 키워내기 위해 여러 후보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그는 "남자아이들은 결합하고 싸우고 대결하고 방식을 좋아해서 로보트 차 공룡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차기 IP는 소재보다는 어떤 식으로 재미를 줄 수 있을까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도 핑크퐁 외에 자동차 시리즈와 몽키바나나(원숭이) 공룡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유아동 콘텐츠가 문화권에 따른 차이가 가장 적은 편"이라며 "숫자나 도형, 생활습관 등으로 범용되는 주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문화권에 통용되는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며 "세계의 많은 인구가 무슬림이라는 것을 감안해 돼지 캐릭터는 기획단계에서 배제하는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빼고 만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스마트스터디는 중국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어교육을 기반으로 월정액으로 구매하는 구독형 교육서비스도 가동할 계획이다.
그는 "미취학 아동인 2~5세를 대상으로 좋은 생활습관, 꼭 알아야 할 도형이나 숫자와 친구들과 잘 지내는 사회성과 운동 관련한 사항을 다룰 것"이라며 "중국에선 중국어, 영어 2개로 나가고 반응이 좋으면 동남아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일본에선 핑크퐁 영어교육 DVD를 판매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일본 출판사와 계약해 ABCD 등 기초 영어를 학습하는 핑크퐁 DVD를 판매하고 있는데, 예상했던 만큼 반응이 좋다"며 "알파벳 P의 발음을 동물이나 동작으로 알려주는 등 영어를 친숙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영국에서 만든 돼지가족 이야기로, 2년 전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며 "중국은 디즈니에서부터 전 세계 유명한 캐릭터들이 다 모이는 만큼,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성기는 30년 뒤…새로운 기술 포용이 강점"
스마트스터디의 지난해 매출은 1055억원, 영업이익은 347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매출로, 해외 비중은 80%에 달한다. 특히, 북미에서 발생한 매출은 49% 정도다. 미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순으로 매출이 많은 편이다.그럼에도 아직 회사의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조금 더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규 부사장은 "앞으로 30년을 잘 버티면 된다"며 "아기상어를 듣고 자란 세대가 자식을 낳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아기상어 신드롬을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최근 스마트스터디는 기아자동차와 4세대 카니발 출시에 맞춰 협업을 진행했다. 카니발의 RSE(뒷좌석 승객용 엔터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엔 '핑크퐁! 상어가족' 앱이 들어간다. 그는 "카니발은 자녀 2~3명을 둔 가족들이 이용하는 패밀리카로 정평이 나 있는 만큼, 드라이브 엔터테인먼트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스터디는 디즈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디즈니는 픽사 마블 등을 인수해 글로벌 확장했고, 디즈니 플러스라는 자기 채널을 만들어 업계의 성공공식을 구축했다"며 "우리가 똑같이 따라하는 건 어렵겠지만 지금의 환경에 맞춰서 어떻게 성장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기술을 포용하고 도전하는 데 스마트스터디의 강점이 있다고 앞세웠다. 이승규 부사장은 "PC가 보급되면서 뿌까와 마시마로가 나온 것처럼 유튜브 환경에 발맞춰 인기를 얻은 건 아기상어"라며 "AI와 VR 등 언택트 시대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오래가는 콘텐츠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