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맘] IT강국 원격수업?…현실은 '유튜브 방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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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희 기자의 [언택트맘] 4회
▽ 원격수업 비판하는 국민청원 잇따라
▽ 부실한 수업 2학기 여전…학부모 원성
▽ 교육부 "원격수업 질 높이겠다…적극 요청"
▽ 정부, 방역 최선만큼 원격수업에도 관심을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지친 육아팸들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못 간지 5개월이 흘렀습니다.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동안 아이와 부모는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등교하는 날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될까 긴장되고, 부실한 온라인 수업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상처가 됐습니다.최근 청와대 게시판에는 원격수업을 비판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특히 지난 2일 올라온 '이건 원격수업이 아닙니다. 언제까지 우리아이들을 방치하실 예정이십니까?'라는 글에는 18일 현재 3만4000명이 넘게 동의했습니다.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아이를 둔 워킹맘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원격 수업이라는 이름 하에 유튜브 자율학습이 시행되고 있다"며 "공교육이, 학교가,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을 버렸다"고 했습니다.
기자생활 10년차 3살 공주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때아닌 바이러스 공포에 '걱정인형'이 된 요즘 "육아맘&대디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의문이 떠나지 않아 [언택트맘(Mom)]연재를 시작합니다. 금쪽같은 내새끼들 키우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이 안가는 곳이 없는데…'언택트(비대면)'가 웬 말이냐구요. 하지만 생활 곳곳에서 변화는 시작됐습니다. 피할 수 없으니 즐깁시다. 언택트 시대, 슬기롭고 즐거운 육아생활을 함께 열어가고 싶습니다.
그는 준비가 부족해 서툴렀던 원격 수업 진행방식이 2학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학부모가 학생자가진단을 하고 온라인 수업에 로그인하며, 전학년이 똑같이 주어진 유튜브 링크만 보면서 선생님들의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또 2학기 수업에서만큼은 단 한시간이라도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수업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권은 보장받아야 하니까요.
비슷한 청원은 또 있습니다. '초등학교 원격수업 시정요청합니다'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엄마들이 자가진단 및 출석체크에 교과서 봐주고 숙제와 꾸러미 봐주고 교과서에 나오는 만들기까지 다해주고 있는 시간에 담임교사들은 무엇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화상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사태는 장기전을 향해 가고 있다"며 "아이들의 소중한 수업시간을 시간 떼우기가 아닌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습니다.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 같아 사교육에 더 의지하게 됩니다. 사교육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인성교육은 없어져버린 공교육에 너무 화가나네요. 줌으로 수업 진행까진 아니어도 아침에 얼굴보고 인사하고,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렵거나 힘든건 없는지 정도도 어려운걸까요? -맘카페 게시글, 아이디 고민보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 4월(27일~29일) 초중고교 교사 22만484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교사들이 선택한 원격수업의 40.9%는 콘텐츠 중심, 즉 EBS 등 녹화영상 시청이 차지했습니다. 과제 수행 중심과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겠다는 교사는 각각 10.6%, 5.2%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수업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물론 아이들과 더 소통하기 위해 교육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다만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수업 방식에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은 교육 일선에 있는 모든 이들이 반성하고 깊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교육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학교와 교사들에게 수업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좀 더 강력히 요청하고 실시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특히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의 어린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를 수업에 집중시키고, 온종일 돌보며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은 업무까지 병행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상황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다보니 주변에선 "직장을 그만둬야겠다"는 워킹맘들의 하소연도 들립니다. 독자인 초등학교 1학년생 아이를 둔 워킹맘 A씨는 퇴사를 고민중이라는 고민을 보내왔습니다.
그는 "연차를 모두 소진한 상태라 육아휴직이라도 써야하나 고민 중이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상태라 눈치가 보인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만이라도 쉬었다가 다시 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워킹대디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맞벌이 부부인 워킹대디 B씨는 재택근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자신의 일과를 전하며 "아침 지옥철이 더 낫다, 하루 종일 애 보면서 일하기 너무 힘들다"고 말합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워킹 대디의 하루>
6시 기상→6시~7시 세면 및 아침 준비→7시~8시 딸 아침 먹이기→8시~9시 딸 세면 및 설거지→9시~9시반 회사 업무→ 9시반~9시45분 딸 수업준비 →9시50분~10시40분 수업 →5분 쉬는 시간마다 딸 간식주고 화장실 보내기(딸 수업시간 동안 업무)→ 11시 점심 준비→ 12시~12시40분 점심→딸 2시 수업 끝 →3시 딸 한글 공부 도우며 업무→5시 저녁 준비→6시 딸 목욕시키고 저녁먹은 뒤 유치원 숙제도와주기.
중학생 아이를 둔 워킹맘 B씨는 "아이 점심시간이 두렵다"고 합니다. 그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수업 받는 아이를 든든히 먹이고 싶지만 일정한 시간에 밥상차리는 게 일보다 힘들다"며 "제가 출근하는 날에는 혼자 배달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아이를 생각하면 짠하다"고 했습니다.최근 등교 재개를 발표한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원격수업 시 모든 학급에서 실시간으로 조회와 종례를 운영하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학생과 교사 간 쌍방향 수업을 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입니다.
콘텐츠 활용 수업 중에는 실시간 대화창을 통해 문답을 주고받는 등 교사와 학생이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또 가용 교원을 최대한 활용해 학생에게 맞춤형 학습지도를 제공합니다. 원활한 수업 진행을 위해선 교실 내 무선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고, 노후 기자재 약 20만대를 교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교육부는 현행 법령상 이를 학교에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가이드라인, 즉 지침을 제시하는 것 뿐이죠.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단계별로라도 진행될 수 있도록 학교에 적극 요청하고 필요하다면 예산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면 원격수업을 하던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학교가 오는 21일부터 등교를 재개합니다. 그러나 등교 인원이 제한되는 만큼 원격수업과의 병행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아이들을 맞을 준비 중인 각 학교에서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 원격수업 방식에도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합니다.미래의 일꾼인 아이들이 정당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해선 안되니까요.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