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패닉"…'조두순 블루'에 빠진 안산시민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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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24] 조두순 돌아온다는 안산 르포
오는 12월 만기 출소 조두순 소식에 주민들 '패닉'
"빚내서 힘들게 안산 자리 잡았다…옮길 수도 없어"
"공포 그 자체죠. 조두순 석 자가 매일 사람들 대화에 나올 정도예요."지난 18일 경기도 안산 중앙역에서 만난 직장인 황모(43·여)씨는 "최악의 성범죄자가 온다고 하는데 아기 있는 엄마들, 혼자 사는 여성들이 발 뻗고 지낼 수 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안산시민들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진 모습이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오는 12월 만기 출소 후 안산에 있는 주거지로 되돌아온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사고 나 집값 떨어진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조두순이 안산으로 온다는 소식에 특히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안산 A아파트에서 만난 주부 양모(43)씨는 "아이가 한창 밖에서 놀고 학원도 다닐 나이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 머리가 아프다. 애들을 어디 마음 놓고 놀러 다니게나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다. 그는 "아파트 값이 사고가 나서 떨어진다는 얘긴 들어봤어도 조두순 때문에 떨어지겠다는 걱정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라고 덧붙였다.B아파트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있던 윤모(31·여)씨는 "이래저래 '조두순법'이나 말은 많은데 정작 우리 불안감은 누가 해소해주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부자 동네도 아니고 다들 어렵게 돈 모아 살고 있는데 누군들 이 집을 팔고 또 빚 지면서 다른 곳으로 갈 사정이 되겠나.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번화가에 있는 이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안산 중앙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김모 씨는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은 우리가 호들갑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제발 이 불안한 상황을 잘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조두순이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인 만큼 10대 청소년들도 걱정이 많았다. 안산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윤모양은 "친구들끼리도 요새 조두순 이야기만 한다. 진지하게 부모님이 이사를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법무부·경찰·국회 머리 맞댔는데…'묘수' 나올까
조두순은 오는 12월13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모든 형기를 적법한 절차에 따른 만기 출소다.국회에서 조두순 격리 등에 초점을 맞춘 각종 법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조두순이 출소하는 12월까지 법안이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4월 시행된 '조두순법(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때문에 윤화섭 시장은 법무부에 긴급 서한을 보냈다. 핵심은 '보호수용법' 제정이다. 이를 위해 법무부와 안산 지역 국회의원, 안산시청, 경찰이 18일 안산시청에서 합동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코로나 블루'에 빗댄 '조두순 블루'라는 단어도 나왔다. 코로나 블루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서 발생하는 우울증을 뜻한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산시민들은 조두순 때문에 '조두순 블루'를 겪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같은 당 한 의원은 한 시간가량 진행된 비공개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현재 할 수 있는 조치는 확실히 할 것이다. 안산에만 보호 관찰관이 16명 배치돼 있는데 그중 조두순만큼은 1대1 특별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준수사항이다. 야간 시간대, 피해자에 일정 반경 접근 금지 등인데 현재 (조두순에게는) 준수사항이 별도로 없다"며 "준수사항은 법원에서 형량을 확정할 때 같이 하게 돼 있는 만큼 법무부에서 조두순에 대한 준수사항을 넣을 수 있도록 부가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안산=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