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내부문서 유출에 발칵…"떠나는 삼성 붙잡아라"[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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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48]
중국 후이저우시 외사판공실 내부문서 유출
"지역 산업 클러스터와 물류 체인을 지켜야 한다"
삼성 철수로 타격…광둥성, 올 상반기 GDP -2.5%
'제조업 심장' 광둥성에 20개 첨단 산업단지 조성
"한국(기업)을 붙잡아야 한다."지난 13일 미국에 본사를 둔 중화권 매체 '대기원시보(The Epoch Times)'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 외사판공실 내부문서에서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내용이 확인됐습니다. 외사판공실은 해당지역의 외교 업무를 관장하는 곳. 문서 제목은 '한국과 일본 교류 협력 현황 및 공작 계획에 대한 업무 계획 제공 요청'으로, 왼쪽 상단에는 '특급'이라는 문서 등급이 표시됐습니다.
"주변국 협력해 산업 클러스터·물류 체인 지켜라"
중국 정부의 공식 문서는 사안의 시급성에 따라 공문 전달 및 처리 속도가 정해지는데요. 일반적으로 '특급' 수준의 문서 처리 기한은 사흘 정도이며, 대부분 24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빠르게 실행돼야 하는 '중대한 지시'입니다.공문을 받는 부서는 시 과학기술부, 공업정보화부, 생태환경부, 교통운송부, 상무부 등 최소 10개 이상의 정부 부처와 각 구 정부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이 문서에서는 "동남아 국가의 방역 상황과 긍정적인 외부 여건을 잘 활용해 공동 방역을 명분으로 일본, 한국 등 주변 국가를 붙잡아 지역 산업 클러스터와 물류 체인을 지켜야 한다" 등의 지시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 같은 지시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삼성 등 외국기업이 줄지어 중국 내 공장을 철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들의 '탈중국' 여파로 지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입니다.문서에 등장하는 광둥성 후이저우는 삼성전자가 30년 가까이 휴대폰 생산기지로 삼은 곳입니다.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휴대폰 공장을 가동한 지역으로 2017년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휴대폰 물량의 17%(6257만대)를 후이저우에서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생산 효율화를 위해 공장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그 여파로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현지 르포 기사를 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후이저우가 유령도시가 됐다"고까지 평가했습니다.
실제 후이저우시에 따르면 삼성이 철수한 첫달인 10월 수출이 140억2000만위안(약 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8% 감소했습니다. 광둥성은 올 상반기 중국 내에서 국내총생산(GDP) 1위 지역이었지만, 해당 기간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를 기록했습니다. 올 상반기 GDP가 2조위안(약 337조원)에 달하는 6개 지역 중 광둥성의 경제 하락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지난 8월 후이저우시는 이례적으로 인천공항과 후이저우시 공항을 오가는 전세기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탑승객 전원이 후이저우에 도착해 14일간 격리한 뒤 정부에서 준비한 투자설명회를 참석해야 한다는 조건만 달았습니다. 이런 이례적인 허용은 그만큼 후이저우 지역 투자 유치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삼성은 최근 톈진에 있는 TV공장과 장쑤성 쑤저우의 PC공장도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는 "지역경제가 또 다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조업 심장' 광둥성에 20개 첨단 산업단지 조성
생산기지 '탈중국' 흐름은 전 세계적 추세입니다. 최근 미국, 일본, 유럽의 고위 당국자들은 공개적으로 제조 기반을 중국 외 국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중국 생산라인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 예산 117조엔 중 2435억엔(약 2조8000억원)을 배정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기업이 중국 공장을 이전할 때 비용의 3분의 2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실제 가전기업 '아이리스오야마'가 생산기지 이전을 결정하는 등 '탈중국'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구글과 애플 역시 일부 생산 라인을 각각 베트남과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적지 않은 기업들이 점차 중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중국 정부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탈중국' 흐름에 대해 리쉰레이 중타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당장은 중국에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도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중국 당국은 '중국 제조업의 심장부'로 불리는 광둥성에 2022년까지 5세대(5G) 기술 관련 첨단기술 산업단지 20개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내건 '신(新)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각 산업단지에 최대 1000억위안(약 17조2000억원) 상당의 제품을 생산하는 복합단지로 키우겠다는 목표입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지역 경제 타격 난국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산업단지 육성 프로젝트에 대해 류샹둥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경제연구부 부부장은 지난 7월 중국 21세기경제보도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반 기술과 과학 기술 혁신 센터, 신흥 산업 단지와 같은 프로젝트의 이행은 경제 발전의 질적 변화를 보여준다"며 "전통 산업과 현대 기술의 인프라를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