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바이든, 누가 당선돼야 삼성에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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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동의 3분IT]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맞붙는 미 대선이 46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결과가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미국의 대중(對 중국) 정서와 이에 기반해 생기는 미·중 무역갈등, 기술전쟁 등에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즉각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촉각이 곤두선다.
'증세' 방침 확고한 바이든, TV·가전 구매력 떨어뜨릴 수도
바이든 캠프, 삼성 경쟁자 '실리콘밸리'와 깊이 연관
트럼프 재선 성공시 '경영 불확실성' 계속
삼성 '반사이익' 보면 '트럼프 청구서' 날아올지도
5G 인프라 대규모 투자는 삼성 수혜 가능성
삼성 경쟁자 실리콘밸리와 깊게 연관된 바이든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앞서고 있는 바이든은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와 달리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취하겠다는 기조다. 19일(현지시간) 미 CNBC는 "바이든이 승리하지 않는 이상 화웨이는 진짜 끝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평가할 정도다.바이든이 최근 미국 내 반중 정서 기류에 영향을 받아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것은 미국에도 좋을 것이 없다라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도 세력에 어필하기 위한 일부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바이든의 입장은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소비재 부문에 있어선 삼성·LG전자에 불리할 수 있다. 바이든은 현재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39.6%를 다시 살려내는 등 '증세' 방침이 확고하다. 이를 다시 국가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겠다고는 하지만 당장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국내 기업들의 TV, 가전, 스마트폰 시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바이든이 실리콘밸리 인물들과 유독 가까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내 기업들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이 그동안 미 정부에 삼성전자와의 관세 형평성 문제를 거듭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팀 쿡 CEO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문제 해결을 요청하면서 "관세 영향이 적은 삼성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늘어놨다.바이든 캠프의 '혁신정책위원회' 멤버 대부분은 실리콘밸리 출신이다. 핵심인력 총 8명 중 6명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출신이며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인원 700여명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특히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부통령에 오르는 카멜라 해리스 의원은 실리콘밸리와 깊게 연결돼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디자이너,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데이비드 자폴스키 아마존 총괄변호사,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창업자 등이 해리스에 정치자금을 대거나 그의 선거를 도운 인물들이다.
트럼프 재선에 성공하면 5G 부각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대중 강경책을 고수할 경우 삼성전자 같은 국내 기업들은 계속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된 경영 환경을 맞아야 한다. 당장 중국 기업들에 대한 반도체 수출은 막히거나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중국과의 거리두기 기조로 인해 삼성전자 등은 인도, 베트남 등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에 더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만약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정책으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더라도 트럼프 정부 하에선 언제든지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는 점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요소다. 트럼프 압박에 최대 VIP고객을 잃은 대만 TSMC처럼 미국 내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언제든지 삼성전자가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가 지난해 방한했을 당시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시설을 본 후 "저걸 미국에 지었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다만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5G(5세대) 통신장비 시장에선 확실한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평가다. 5G 인프라 단일 시장 중 가장 큰 미국에서 삼성전자가 화웨이 등을 제치고 확실한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공약 중 하나로 '세계 최고 5G 통신망 구축'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 통신사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에 달하는 5G 장비와 솔루션 납품 계약을 맺었다. 트럼프는 5G·광대역망 구축 등 통신인프라에 약 1200조원 투자를 공언한 상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