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도권 교회 '비대면 예배'만…영상제작 인원 제한 완화

예배실 좌석 300석 이상 '최대 50명 미만'까지 입장 가능
실내 예배장소 많은 대형교회 '소규모 현장 예배' 우려
기독교 주일이자 일요일인 20일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교회에서는 이전처럼 비대면 영상예배만이 허용된다. 다만, 교회 내 예배실 좌석 수가 300석 이상일 경우 최대 50명 미만까지 영상예배 제작을 위해 실내에 머물 수 있도록 방역 지침이 일부 완화됐다.

교계와 정부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내 2만4천700여 교회는 지난달 19일부터 강화된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주일 예배 시 비대면 영상예배만이 허용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는 가운데 교회 시설에서도 산발적으로 집단 감염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방역 당국은 비대면 영상예배 때 교회당 안에 머물 수 있는 인원수를 영상예배 제작에 필요한 사람에 한해 20명 이내로 제한했다.

교계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가 매주 이어지자 교회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라며 반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규모가 큰 대형교회의 경우 실내에 20명이 넘는 사람이 함께 머물면서도 좌석간 거리두기 등 정부 방역지침을 지키는 일이 충분한데, 방역당국이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교회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교계는 협의체를 구성해 비대면 예배 기준안 마련에 나섰고 20일 주일 예배의 경우 비대면 예배 원칙은 지키되 예배실 좌석 수가 300석 이상인 경우 최대 50명까지 실내에 머물 수 있도록 지침을 일부 완화했다.

이번 예배 기준안은 수도권 교회 2천4천700여곳 중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전체 10∼20%가량이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침 변경에는 영상예배 때 더 많은 교직자가 제작 현장에 참석하기를 바랐던 교계 요청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방역 당국이 성당 미사나 사찰 법회와 달리 개신교 예배에만 비대면 수칙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교계 불만도 지침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 마련된 예배 기준안은 이전처럼 교회당이 아닌 교회당 내 예배실 좌석수를 기준 삼아 실내 입장 가능 인원을 차등화한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A교회가 300석 이상의 예배실 1곳과 300석 미만의 예배실 2곳을 갖추고 있다면 주일 예배 시 이 교회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90명 미만이다.

기존 비대면 예배 지침대로라면 이 교회에는 20명 이내만 입장이 가능했다.
방역 당국은 변경된 지침을 내놓으며 각급 교회가 가급적 촬영한 영상을 활용해 예배 참석 인원 및 횟수를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전보다 많은 인원이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만큼 로비 내 밀집 등 감염 우려 요인을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완화된 비대면 예배 지침이 현장 예배 인력을 늘리는 '꼼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회 내 예배실 규정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여러 실내 공간을 임의로 예배실로 바꿔 변칙 운영하거나, 늘어난 실내 입장객을 중심으로 사실상 소규모 현장 예배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교회 입장이 가능한 인원이 늘어나더라도 '비대면 영상예배'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예배 간 소독을 강화하고, 교회 방문 시 로비 등에 밀집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예배 기준안은 20일 주일 예배에만 적용된다. 정부와 교계는 내주에도 협의를 이어갈 예정으로, 그 주 일요일인 27일에는 코로나 19 상황에 따라 비대면 예배 기준안이 다시 강화되거나 더 완화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