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사흘 만에 야스쿠니신사 참배한 아베 전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퇴임 사흘 만에 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전직 총리의 이같은 행보는 보수·우익 세력을 결집해 개헌 등 미완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이른바 ‘상왕정치’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이달 16일에 총리를 퇴임했다는 것을 영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사 경내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사실이 확인된 것은 6년 8개월 만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는 이날 방명록에 ‘전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의 참배는 지지기반인 보수층을 향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며, 스가 정권은 외교적인 영향은 한정적이라고 판단해 조용히 살펴볼 태세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측은 이번 참배에 대해 사전에 관련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는 것은 정치가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참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사적인 참배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총리 시절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일본 안팎으로부터 강한 비판에 직면했던 아베는 이후 참배를 자제했으나 현직 총리라는 정치적 부담을 벗자마자 다시 참배해 극우 성향을 재확인한 셈이다. 스가 총리가 ‘아베 정권 계승’을 내건 가운데 집권 자민당의 주요 지지층인 보수·우익 세력에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식민침탈과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상징적 시설물인 야스쿠니 신사를 퇴임 직후 참배한 데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논평했다. 중국 정부는 우려의 목소리를 실무 수준에서 전달했다.

아베는 재집권 1주년이었던 지난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고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한국과 중국이 강하게 항의했고 미국도 실망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아베는 일본의 패전일(8월 15일)이나 야스쿠니신사의 봄·가을 제사에 공물 또는 공물 대금을 보내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극동 국제군사재판에 따라 교수형 된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