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단절, 유쾌함과 짠함의 기묘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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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문형태 개인전 '판타스틱 맨'
일상적 소재·경험 해학적 표현
삶의 본질·모순 예리하게 포착
코로나 시대 담은 '마스크' 등
회화 35점, 조형물 7점 선보여
얼핏 보면 판타지와 동화 그림 같다. 빨강·노랑·초록을 주조로 한 원색의 화면과 유머러스한 캐릭터….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화처럼 천진하거나 단순하지 않다. 익살과 해학 속에 번득이는 칼날과 암호 같은 장치가 숨겨져 있다. 형태를 왜곡한 익살스러운 캐릭터는 일상 이면의 부조리를 들춰낸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문형태(44) 개인전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에 걸린 작품 이야기다. 전시 작품은 회화 35점과 오브제 조형물 7점.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 상반된 감정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10여 년 전만 해도 가난한 무명작가였던 자신의 삶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조선대 서양화과 출신인 그는 현재 최고의 인기 작가다. 작품을 그리면 마르기도 전에 팔려나간다고 해서 ‘마팔’이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지난해 경매시장에선 낙찰률이 90%에 달했다.
그의 작품에는 소통과 단절, 사랑과 증오, 행복과 불행 등이 교차하고 잠복한다.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는 회전목마를 타고 즐겁게 노는 사람들을 그렸지만 삶이라는 놀이터는 평탄하지 않고 끝없는 오르내림의 반복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품 속 피노키오처럼 긴 코와 유니콘의 뿔은 성적(性的)인 코드다. 작품에 등장하는 숫자들도 나름의 암호다. 1은 나, 2는 둘의 관계, 거기에 하나를 더 보탠 3은 가족, 4는 사회, 5는 고독을 상징하는 식이다.
성공을 향해 달려왔던 그는 변화를 예고했다. 팔리는 작품과 하고 싶은 작품 사이에서의 갈등을 접고 새롭게 발견한 것이 ‘놀이처럼 재미있는 작업’이다. 올해 경기 양주 장흥의 가나아뜰리에에 입주한 뒤 작업의 본질을 새삼 깨달았다는 그의 신작들이 기대된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