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재명 '與 대선판 투톱' 구도, 김경수가 흔들까

親文의 선택에 쏠린 눈

이낙연, 친문들 주요 당직 기용
세 넓히며 대세론 굳히기 나서

이재명, 의도적 '사이다 발언'
선명성 앞세워 지지 끌어내

노무현·문재인의 '嫡子' 김경수
11월 '재판 족쇄' 풀리면 날개
김경수 경남지사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민주당 주류세력인 ‘친문(친문재인)’이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친문 의원이 하나둘씩 이 대표와 이 지사 쪽으로 움직이면서 향후 이들의 행보를 놓고 엇갈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지원사격 나선 ‘친노·친문’

친문이자 ‘친노(친노무현)’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와 정책조정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이 지사에게 힘을 싣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한 정상 간 합의의 구속력 있는 실천을 위해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안을 야당과의 합의로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 지사가 그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국회에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 비준을 처리해줄 것을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김 원내대표는 17일엔 “지역 화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 화폐의 실효성을 놓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각을 세우고 있는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친노·친문 세력은 그동안 이 지사의 차기 대권 가능성에 은근한 기대를 드러냈다.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검찰에 기소됐을 당시 이 지사를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며 이 지사를 지킨 것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친노 좌장인 동시에 친문으로 분류된다. 한 친노계 의원은 “민주당의 다음 대권 주자는 우리 색을 좀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선명성 있는 인물이 돼야 할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에는 이 지사만큼 선명한 인물이 없다”고 했다.

이낙연도 친문 구애

이 대표는 세력 확장을 위해 친문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 대세론’에 탑승해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친문 의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대표 당선 후 당직 임명권을 앞세워 친문 인사를 지도부에 대거 영입했다.이 대표와 함께 최고위원으로 입성한 양향자 의원과 부산·경남(PK) 지역 친문으로 분류되는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 당선 전부터 물밑에서 이 대표를 도와온 친문이다.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3선의 박광온 사무총장도 일찍부터 이 대표의 당선을 도왔다.

대표가 된 뒤에는 3선의 홍익표 의원을 민주연구원장으로 영입했고 수석사무부총장에 재선의 권칠승 의원을 임명했다. 이들은 모두 친문으로 분류된다. 친문 인사들이 속속 이 대표 측에 서면서 민주당은 그동안 이 대표의 약점으로 손꼽혀온 ‘세 부족’을 친문 흡수로 해소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 민주당 극렬 지지층 사이에 선호가 높지만 상대적으로는 친문 의원들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다”며 “일부 친문이 이 대표 쪽으로 이동했지만 친문 세력이 오롯이 이 대표 쪽으로 이동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친문은 대세에 탑승할 것”

양강구도를 형성한 이 대표와 이 지사 쪽으로 일부 친문 의원이 이동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친문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권으로 직행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한계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친문의 시선은 오히려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오는 11월 김경수 경남지사의 재판을 기점으로 친문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친문 적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김 지사가 재판에서만 자유로워지면 본격적으로 세력을 불려나갈 것”이라며 “지금은 상황이 불투명하니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 전 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지사에 대해 “재판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눈여겨봐야 할 주자”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김 지사 재판 전에라도 특정인에 대한 대세론이 확고해지면 친문이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사람이 누구인가보다는 대세가 누구인가에 따라 움직인다”며 “‘문빠’(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이 대표 체제가 굳어지든, 최근 지지율이 오른 이 지사가 당내에서도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든,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인물이 떠오르든 친문은 대세가 형성되는 곳으로 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