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시대에 주목받는 '공유대학'…"단순 연합으론 한계"

교육부, 지방대 경쟁력 높이려
권역별 강의공유 플랫폼 만들어
공동 학사 공유체제 구축 기대

서울권 플랫폼은 운영 중단
공유교육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대학교육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원격수업 장기화와 학령인구 감소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적은 비용으로 고품질 수업을 제공할 수 있는 ‘공유교육’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교육부 역시 각 대학의 강점을 모으기 위한 공유대학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공유교육이 탄력을 받고 있다.

대학 생존 위기에 급부상한 ‘공유교육’

한양대는 20일 을지대, 광주여대와 함께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는 공유교육 협력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양대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생활 속 화학 등의 실시간 영상강좌를 을지대와 광주여대 학생들이 같이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AI 관련 수업이 부족한 지방 대학 학생들도 편리하게 원격으로 고품질의 수업을 누릴 수 있다.

한양대가 추진하는 공유교육 사업은 홀로그램, 5세대(5G) 통신 기술 등 최신기술을 접목한 점이 특징이다. 홀로그램 촬영 기법을 도입해 교수가 마치 현장에서 강의하는 것과 같은 생동감을 준다. 5G 통신망을 활용한 통신으로 학생과의 문답 역시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한양대 관계자는 “AI나 머신러닝 등 최신기술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한데 대학별로 지리적 거리가 먼 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와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게 됐다”며 “AI 관련 수업이 필요한 타 대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방 대학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공유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대학들이 협력해 지역 경쟁력을 제고하는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의 일환이다. 우선 경남 지역에는 창원대, 경남대, 경상대 등 17개 대학이 참여한 ‘경남공유형대학(USG)’이 들어설 예정이다. 충북과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각각 15개 대학이 협력한 학사공유 체제가 구축된다.교육부는 전국 단위 공유대학 지원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21개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내년부터 ‘혁신공유대학’ 육성 사업에 104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국 대학들이 각자 가진 우수한 교원·시설을 공유해 수준 높은 강의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유대학·공유교육이 대학과 지역사회 연계 등을 통해 교육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한다. 가령 AI에 특화한 연합대학이 들어서면 전국에 흩어진 교수인력은 물론 해외 석학의 수업까지도 한곳에서 수강할 수 있다. 교원 확보가 힘든 지방 중소대학들은 공유대학 설립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방대학 위기는 지방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며 “공유대학은 지역 소멸을 막는 좋은 방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울권 공유대학 플랫폼은 운영 중단

하지만 대학 간 긴밀한 협조와 장기적인 투자 없이는 공유대학 사업이 ‘돈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서울에서는 서울총장포럼이 31개 대학을 모아 출범시킨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이 2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학점 교류 건수가 저조한 데다 서울시의 운영지원금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서울 공유대학 플랫폼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타 대학의 강좌를 수강신청하고, K-MOOC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 공유까지 가능한 플랫폼이다. 지난 1학기 기준으로 참여 대학은 건국대, 광운대, 동국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숭실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등 23곳이다.서울시도 10억원을 투입해 플랫폼 사업을 지원했으나 홍보 및 지원 부족으로 교류 학점 건수는 △2018년 2학기 25건 △2019년 1학기 61건 △2019년 2학기 317건으로 늘다가 2020년 1학기 87건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총장포럼 관계자는 “회장을 맡은 대학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있었고, 학생 사이의 홍보도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플랫폼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공유대학이 단순히 대학 연합에만 머무르면 학생과 대학 모두 활용성을 높이지 못해 쉽게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상훈 교수는 “물리적 ‘합체’, 즉 시너지가 없는 단순 병합은 공유대학을 추진하면서 경계해야 한다”며 “각 대학이 지닌 고유의 잠재력이 희석되지 않고 학생 다양성이 발현될 수 있는 교수학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