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지출 늘려 펑펑 쓰더니…다음 정권에나 줄이겠다는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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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지출 증가율 차기정부서 4%대나랏돈 씀씀이를 대폭 늘려온 정부가 2024년부터는 총 재정지출 증가율을 4.0%, 재량지출 증가율을 1.9%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뒤 재량지출 증가율을 이만큼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 등 의무지출 크게 늘린 탓에
재량지출 2024년 1%대로 설정
다음 정부서도 지출 계속 늘면
재정건전성 악화 빨라질 수도
20일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총 재정지출 증가율은 올해 9.1%에서 2021년 8.5%, 2022년 6.0%, 2023년 4.5%, 2024년 4.0% 등으로 설계됐다. 이 가운데 재량지출의 증가율은 2021년 12.4%, 2022년 6.3%, 2023년 4.8%, 2024년 1.9%로 계획됐다. 의무지출 증가율은 2021년 4.6%, 2022년 5.7%, 2023년 4.7%, 2024년 6.3% 등이다.
재량지출은 정부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다.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내용과 규모가 탄력적으로 변동될 수 있다. 의무지출은 법률에 따라 지출 의무가 생기고 단가와 대상 등이 법령으로 결정된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한 번 정해놓으면 정권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작다.
정부가 2024년부터 재량지출 증가율을 1%대로 낮추겠다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위해 2023년부터 총지출 증가율을 4%대로 제한하려는 목표 때문이다. 반드시 쓸 수밖에 없는 의무지출의 증가율을 여전히 4~6%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재량지출 증가폭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총지출 증가율을 낮출 수 없다.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지출 증가율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2022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다음 정부의 주력 사업 등을 하기 위해 재량지출이 많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설정한 지출 증가율은 상당히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며 “목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량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10%대로 높았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현 정부가 마지막 예산안을 짜는 2022년의 재량지출은 306조6000억원으로 2018년 212조4000억원에 비해 44.3% 증가한다. 연평균 증가율은 9.6%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외에도 각종 선심성 지출을 늘린 결과다.
다음 정권에서 문재인 정부 수준의 재량지출 증가율을 이어가겠다고 할 경우 총지출이 크게 늘어나 재정적자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 2023년 이후에도 재량지출이 연평균 9.6%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2024년 총지출 규모는 640조3000억원이 아닌, 682조5000억원으로 계산된다. -3%대로 계획된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5%대로 확대되고, -5%대로 예상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6%를 훌쩍 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를 새로 발행하면 2024년 58.3%로 계획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60%대를 크게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