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출신 50년 참모총장 독식 관행 깨져…군내 출신의 벽 허물어

공수부대 등 야전군서 잔뼈 굵은 남영신 총장, 육군 변화 이끌지 주목
서욱 국방장관과 임관 기수 동기…"역량과 전문성 우선 고려"
정부가 21일 학군(ROTC) 출신 남영신(58·학군23기) 지상작전사령관을 신임 육군참모총장으로 내정한 것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50년 넘게 총장직을 독식해온 관행을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아울러 육사-비육사 출신으로 나뉘어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쳐졌던 '군내 유리벽'을 허물어뜨린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남 내정자는 1948년 육군 창설 이후 72년 만의 최초 학군 출신 총장, 1969년 첫 육사 출신 총장 이후 51년 만에 나온 비육사 출신 총장으로 각각 기록된다.

육군총장은 제1대부터 제18대까지 군사영어학교 또는 일본군 장교 출신자들이 맡았다.육사 출신 임명은 제19대 때부터였다.

육사 1기 출신인 서종철 대장이 첫 육사 출신 총장이 됐다.

이후 제48대 서욱 전 총장까지 내리 육사 출신이 독식해 왔다.군 안팎에선 이미 남 내정자가 문재인 정부에서 비육사 출신 첫 육군총장으로 발탁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국방개혁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예측해왔다.

기무사 해편(解編·해체 후 새로 편제)과 안보지원사 창설 과정에서 큰 잡음 없이 매끄럽게 일 처리를 해왔던 그의 업무 스타일 등이 이런 관측의 배경이 됐다.

그는 국군기무사령부의 마지막 수장을 맡아 기무사 조직 해편작업을 진두지휘한 후 새로 창설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초대 사령관을 맡았다.이를 계기로 특전사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뒤늦게 추진력과 개혁적 마인드 등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남 내정자의 발탁은 그간 현 정부에서 단행된 파격적 군 수뇌 인사의 연장선이란 평가가 나온다.

송영무 전 해군총장에 이어 정경두 전 공군총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비육사 출신이 연거푸 국방부 수장을 맡다가 이번에야 육사 41기 출신인 서욱 장관으로 바뀌었다.

사실 지난달 말 합참의장에 원인철 공군총장을 발탁한 것도 예상하지 못한 인사였다.

공사 32기인 원 후보자의 경우 육사 41기인 서 장관보다 한 기수 선배였기 때문이다.

앞서 특전사령관이었던 남 내정자를 기무사령관으로 임명한 것도 '깜짝 발탁' 사례로 꼽혔다.

충남 계룡대의 육군본부 등은 남 내정자의 발탁 소식에 예상했던 인사라면서도 술렁거리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세기 넘게 고착돼온 '육사 출신 중시 문화 및 인사 시스템'이 완전히 바뀔지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라고 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육군 진급 인사 시스템은 육사와 비육사 출신 '공석'을 사전에 몇석으로 정해놓고 진행한다.

육사 출신 공석이 몇 석이냐에 따라 비육사 출신 공석이 정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야전군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국방정책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 내정자는 공수부대, 제2작전사령부, 3사단 등 주로 야전에서 근무했다.

국방부와 합참 근무 경력은 없다.

군의 한 관계자는 "역대 육군총장들은 '미래 육군', '미래전' 등에 대비하는 쪽에 업무 방점을 뒀다"면서 "남 내정자는 주로 야전에 근무했기 때문에 야전군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야전부대의 개선해야 할 사항 등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전군의 예산 확충이나 제도 개혁 등은 당면한 과제"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방개혁이나 그간 군 수뇌부가 계획한 싸우는 방법 등이 야전군의 시각과 동떨어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남 내정자와 서 장관은 임관 기수로 동기다.

과거에도 이병태 국방장관과 김동진 육군총장이 동기인 적이 있다.이에 국방부는 "주요 국방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