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겸재 정선 '초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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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여름부터 가을까지 냇가나 산기슭, 도심 공터 등 주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여뀌다. 너무 흔해서 외려 눈길을 받지 못하고 잡초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이삭 모양의 꽃대에 붉은색 꽃이 촘촘히 탐스럽게 핀 여뀌를 대가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겸재 정선(1676~1759)은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화훼나 초충(草蟲), 영모(翎毛: 새나 짐승 그림) 등에도 능했다. 하지만 산수화에 비해 전해지는 작품 수가 적어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서울옥션이 22일 여는 제157회 경매에 나온 겸재의 ‘초충도’는 탐스러운 여뀌꽃이 화면 가득 흐드러진 작품이다. 매미는 가는 여름이 아쉽다고 울어대고, 그 아래에선 개구리가 시기하듯 올려다본다. 벌과 개미 등 다른 곤충들도 각자 바쁘다.
비스듬하게 배치한 여뀌 한 포기가 화면을 꽉 채웠지만 답답하지 않고 사실적이다. 붉은 꽃의 생생한 색깔, 잎맥의 섬세한 음영 처리로 사실감을 높인 잎사귀들, 작은 풀포기와 곤충들까지 늦여름의 정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추정가는 4000만~1억원.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