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본계약 아닌 의향서 먼저 주고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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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시설 부족 속에 고품질 CMO 선점 경쟁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24일 영국·스웨덴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3억1400만 달러(4394억 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매출의 54.3%에 달하는 큰 규모의 계약이었지만 계약 상대방은 ‘유럽 소재 제약사’로 비밀에 부쳐졌다. 계약 형태도 본계약이 아닌 협력 의향서(LOI)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본계약 전에 LOI를 먼저 체결하는 사례가 늘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체결한 11건의 대형 CMO 계약 중 세 건을 LOI 체결 후 본계약을 맺었다. 2018~2019년엔 LOI 체결 사례가 없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OI는 최종 계약 전 최소 보장 금액과 기간 등 굵직한 조건을 합의한 후 문서화하는 것을 뜻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LOI를 체결하면 공장의 생산 시설을 최소 보장 금액 만큼 비워둔다.
LOI 체결이 늘고 있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고품질의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CMO 회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부 계약 사항 합의에 보통 석 달 정도 걸리다보니 LOI라도 먼저 체결해 생산 시설을 미리 확보하는 회사들이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생산 차질을 빚은 공장이 잇따라 나오면서 믿고 맏길 수 있는 회사들은 더욱 부족해졌다. 배양기(리액터) 용량 기준 세계 1위(36만4000L)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몸값이 더 높아진 이유다. 이 회사의 1·2공장은 거의 찬 상황이다. 제 3공장의 가동률은 현재 26% 수준이지만 2023년엔 1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CMO 시설 부족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LOI 계약은 보통 본계약으로 이어진다. 거래 상대방은 LOI 체결 당시 합의한 최소 보장 금액은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CMO 회사의 과실이 아닌 한 공장 시설을 비워둔 만큼, CMO 회사의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계약도 석 달 뒤에 본계약으로 바뀌었다.일각에선 LOI는 본계약 전까지 공시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지만 유가증권시장 규정에 따라 반드시 공시해야 하는 사항이다. 한국거래소는 전년 매출의 5%를 넘는 공급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지를 할 때엔 사유가 발생한 다음날까지 공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뒀다. LOI도 포함이 된다.
LOI나 본계약 체결 과정에서 계약 상대방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있다. 경쟁사에 어떤 의약품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생산하는지 노출하기 꺼리는 회사가 많은 것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