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인 "17세 때 첫 발작, 불안증·호흡곤란·불면증 등 겪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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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 아픔 고백가수 장재인이 힘들었던 지난 날에 대해 털어놨다.
"긴 시간 병과 함께 성장했다"
"앨범으로 이야기 풀어보려해"
장재인은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11년이 걸렸다"면서 "내 첫 발작은 17살 때였고, 18살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극심한 불안증, 발작, 호흡곤란, 불면증, 거식폭식 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이어 "치료를 한다고는 했지만 맞는 의사 선생님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때 당시엔 병원 가는 걸 큰 흠으로 여길 때라 더 치료가 못됐다. 거기에 내가 살아왔던 환경도 증상에 크게 한 몫 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이십대가 된 나는 24~29살까지 소원이 제발 조금만 행복해지고 싶다는 거였는데 그게 맘 먹고 행동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었다. 좋은 생각만 하고 싶어도, 열심히 살고 싶어도 마음 자체가 병이 들면 자꾸만 무너졌다"고 전했다.
장재인은 "그렇게 긴 시간 나는 병과 함께 성장했고 이제는 그것이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요즘, 우선 행복이란 단어 자체를 내려놓았고, 나는 낮은 자존감에 묶일 수 밖에 없는 삶을 지나온 걸 인정했고, 무엇보다 일년간 약을 꾸준히 복용했더니 많은 증상들이 호전됐다"고 밝혔다.
그는 "18살에 앨범을 계획하며 내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하기로 다짐했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렇게 행한 이들을 보고 힘을 얻어서다. 어릴 적 나랑 똑같은 일을 겪고도 아님 다른 아픈 일 겪고도 딛고 일어나 멋지게 노래하는 가수들 보면서 버텼기 때문"이라면서 "잘하는 게 이야기 뿐이라 조금씩 앨범과 함께 이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보려한다"고 했다.장재인은 Mnet '슈퍼스타K' 시즌2에 출연해 개성 넘치는 보컬로 큰 인기를 얻으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그러다 2013년 근긴장이상증 진단을 받고 한때 방송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2년 간의 투병을 마친 장재인은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장재인 SNS 게시글 전문
오늘 참 오래된 앨범의 녹음을 끝낸 기념, 밤잠처럼 꾸준히 다닌 심리치료의 호전 기념 글을 남겨요. 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11년이 걸렸네요.저의 첫 발작은 17살 때였고, 18살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극심한 불안증, 발작, 호흡곤란, 불면증, 거식폭식 등이 따라붙기 시작했어요. (아마 이거만으로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은, 무슨 일인줄 알죠, 고생 많았어요 정말.)치료를 한다고는 했지만 맞는 의사 선생님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 때 당시엔 병원 가는 걸 큰 흠으로 여길 때라 더 치료가 못되었네. 거기에 내가 살아왔던 환경도 증상에 크게 한 몫 했을 거고. (엄마 미안. 하지만 노래하기로 맘 먹은 이상, 알죠.?)
그렇게 이십대가 된 나는 24살~29살까지 소원이 제발 제발 진짜 조금만 행복해지고싶다.였는데, 그게 맘 먹고 행동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좋은 생각만 하고 싶어도, 열심히 살고 싶어도 마음 자체가 병이 들면 자꾸만 무너지는 거라.
그렇게 긴 시간 나는 병과 함께 성장했고 이제는 그것이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요즘.1.우선 행복이란 단어 자체를 내려놓았고
2.나는 낮은 자존감에 묶일 수 밖에 없는 삶을 지나온 걸 인정했고
3.무엇보다 일년간 약을 꾸준히 복용했더니 많은 증상들이 호전됨. (그 전엔 약에 대한 반감에 길게는 삼개월 복용이 다였음)
18살에 앨범을 계획하며 내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하기로 다짐했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렇게 행한 이들을 보고 힘을 얻어서에요. 어릴 적에, 나랑 똑같은 일 겪고도 아님 다른 아픈 일 겪고도 딛고 일어나 멋지게 노래하는 가수들 보면서 버텼거든요.
내가 그랬던 거 처럼, 내가 받은 그 용기를 내가 조금만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그럼 내가 겪었던 사건들도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
그런 생각이 최악의 상황에도 저를 붙잡았던 것 같고 지금도, 그럴 수 있다면 참 맘이 좋겠다 싶어요.
첫 타래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읽기에 괜찮을까 염려되고 미안해요. 긴 글 여기까지 왔다면 또 고맙구. 잘하는 게 이야기 뿐이라 조금씩 앨범과 함께 이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보려해요.아주 사적인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아픔과 불안은 생각보다 많이 닮은 것 같더라.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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