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예·미감의 종합예술…"서예는 90%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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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계 거목 박원규 '하하옹치언' 展
온갖 서체 망라한 36점 신작 선봬
고전 섭렵해 만든 자기만의 글귀로
청년·중장년 등 격려 메시지 담아
사회 전체에는 '뒷발목 얽어맬 칩'
"규제로 인재 뒷다리 잡지 말아야"

“저의 호가 ‘어찌 하(何)’에 ‘돌 석(石)’인데, 두 글자에서 무게감이 있는 건 ‘돌 석’이 아니고 ‘어찌 하’입니다. 학문이든 예술이든 모든 것은 의문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그 의문이 없다면 무슨 변화가 있겠습니까.”전시장에서 만난 하석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하하옹치언(何何翁言)’. 그의 설명이 재미있다.
“예전에 ‘하하존사’라는 분이 계셨어요. 누가 무슨 쓴소리를 해도 하하 웃으니 사람들이 그를 ‘하하옹’ ‘하하존사’라고 불렀답니다. 나도 이제 누가 좀 고깝게 해도 하하, 웃어넘길 나이란 말이죠. 치언은 술 한잔하고 늘어놓는 횡설수설, 허튼소리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번 전시는 하하옹이 늘어놓는 횡설수설인 셈이죠.”

‘舟車(주거)’는 배 주(舟)를 붉은색 갑골문으로, 수레 거(車)를 컬러풀한 동파문자로 쓴 작품. 배와 수레의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다. 여기에 중국 5대 10국 때의 재상 풍도(馮道)의 시 ‘우작(偶作)’을 적어 넣었다. 이곳에 이런 구절이 있다. ‘위험한 때 정신을 어지러이 갖지 마라. 앞길에도 종종 기회가 있으리니. (중략) 배와 수레가 어디서든 나루에 아니 닿을까.’ 당장은 힘들더라도 낙담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면 언젠가는 기회를 만나게 될 거라며 청년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다.광개토왕비체로 쓴 ‘관기소불위(觀其所不爲)’는 은퇴한 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다. 어떤 사람의 진면목을 보려면 처지가 비천해졌을 때 그 사람이 하지 않는 게 무엇인지 보라는 것이다.
딱 한 글자를 쓴 ‘칩()’은 사회 전체를 향한 메시지다. 이 글자는 ‘뒷발목 얽어맬 칩’이다. 천리마의 뒷다리를 묶어놓으면 뛸 수 없다는 뜻. 하석은 “불필요한 규제와 시기심으로 인재의 뒷다리를 잡지 말고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하석은 전시장에 청바지와 가죽점퍼 차림으로 나왔다. 그의 말대로 새로운 틀에 옛것을 적용하는 신체구용(新體舊用)이다. 커피와 맥주를 전문가 수준으로 즐기고, 골프·수영 실력도 아마추어를 넘어선다. 판소리 고수로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에 든다니 ‘하하옹’인지 ‘하하오빠’인지 헷갈릴 정도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