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노랑·주황·빨강만 칠해라"…광명시 '황당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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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프리즘내년 4월 입주 예정인 경기 광명시 철산센트럴푸르지오 아파트 외관 도색 문제를 두고 입주 예정자와 광명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철산동 새 아파트는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계통으로만 도색해야 한다는 광명시의 색상 가이드라인에 입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철산푸르지오 입주 예정자 반발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광명 철산센트럴푸르지오 입주민은 외관 도색 문제와 관련해 광명시에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철산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광명 철산센트럴푸르지오는 지상 2층~지상 29층 7개 동, 798가구(일반분양 323가구)로 구성된다.입주민과 광명시 간 갈등은 광명시의 아파트 외관 도색 규제에서 비롯된다. 광명시의 색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철산 원도심을 재개발하거나 재건축해 새로 짓는 아파트 외관은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계통으로 칠해야 한다.
이 지역은 원도심재생정비권역 및 정주생태환경권역으로 지정돼 아파트 뒤편에 있는 도덕산 등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광명시의 설명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경관색채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의 색상을 규제할 수 있다.
그러나 입주민은 이 같은 지자체의 색상 규제가 지나치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아파트 브랜드이미지(BI)를 퇴색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 외관은 어떤 색으로 칠해도 상관없는데 새 아파트만 주황색 계열로 칠해야 한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광명시는 색상 가이드라인을 바꾸지 않는 이상 외관 색상을 입주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지역에 여러 색상이 난립하면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어서다.
광명시 관계자는 “지역 권역별로 색상이 정해져 있어 바꾸려면 도시경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과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2018년 이 단지를 분양할 당시 외관 색상을 갈색 계열로 인허가받았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월 푸르지오의 BI를 바꾸고 외관 도색도 짙은 녹색으로 변화를 줬다. 입주민은 이 단지에도 푸르지오의 새 브랜드 색상과 BI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대우건설은 입주민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아파트 외관 색상을 제외한 푸르지오 로고, 아파트 경관 등을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주황색 계열의 색상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