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3대 리스크, 3대 규제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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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외교·안보에 얽힌 상황인데기업경영을 둘러싼 국제경제 환경이 불확실성 가득한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달러의 미래 그리고 미·중 간 대결이 3대 리스크 요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 어렵고, 미증유의 달러화 공급 확대가 언제 어떤 부작용을 유발할지 모른다. 이 중에서 우리 글로벌 기업들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리스크는 미·중 간 대결일 것이다.
'규제강화 3법'으로 리스크만 키워
돈은 기업이 번다는 점 잊으면 안돼"
강석훈 <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이 세기의 대결은 한국 경제가 기반하는 국제경제의 플랫폼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냉전 시대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수출을 증대하는 전략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시대에는 과감한 개방전략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탈이념이 본격화되면서 형성된 경제와 외교·안보의 분리라는 플랫폼에서 우리 기업들은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과 효과적인 글로컬 마케팅에 집중하기만 하면 됐다.이제 그 개방과 분리 플랫폼이 깨지고 있다. 세계는 다시 이념과 경제의 뒤엉킴 시대,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국경을 넘는 기업활동과 국가 간 외교·안보가 본격적으로 뒤엉키고 있다. 반도체가 단지 상품이 아니라 국가안보가 장착된 반도체가 됐다. 국가 간 대결 과정에서 국가의 전략적 결정과 개별 기업의 이익이 갈등 관계에 처하게 되는 사례도 점점 많아질 것이다. 제재의 프레임도 바뀌고 있다. 제재 형태가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환율이나 관세 대신 이제는 개별 상품이나 기업 단위로 변화되고 있다. 개별 기업의 리스크가 더욱 커진 것이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어느 체제의 국가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각 시장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지화된 기업전략이 중요했을 뿐이다. 이제는 그동안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외교·안보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외교·안보가 기업경영에 들어왔다. 동시에 기업이 외교·안보에 들어갔다. 국가경영에 기업이 필요하고, 기업경영에 국가가 더욱 필요하게 됐다.
새로운 국제경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업과 정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국가이익이 최우선의 목표가 돼야 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원팀이 돼야 한다. 새로운 원팀 국가전략에서의 핵심은 정부와 기업 간 신뢰다. 정부가 기업을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신뢰의 시작이다.현실은 여전히 과거의 프레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소위 말하는 ‘공정경제 3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기업규제 강화 3법’이다. 이 법안들은 아직도 과거의 시각에서, 국내의 시각에서 기업의 성장을 경제력 집중이라고 문제시하고,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가 있다는 전제하에 이를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다.
기본 인식뿐만 아니라 세부조항도 문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다. 기업규제 3법의 내용에는 공정한 경제를 구현한다는 효과는 불명확하면서 실제로는 막대한 비용과 다양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독소조항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기업규제 3법이 공정경제 3법으로 읽히면 그때부터는 정책이 아니라 정치가 된다. 정치적으로는 만용을 부릴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만용을 부리기에는 우리 현실이 너무나 엄중하다. 외교·안보와 기업이 뒤엉키는 새로운 경제환경하에서 이들 규제에 대해 정치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 경제 차원에서의 엄밀한 비용편익 분석이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기업규제 강화 3법의 논의와 더불어 새로운 국제경제 환경하에서 노동·투자·환경 분야 등에서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기업활성화 3법’도 동시에 마련하길 바란다. 결국, 돈은 기업이 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