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한가위'…코로나19에 후원·기부·봉사의 손길 '한파'

추석 코앞인데 복지시설 걱정 태산…연탄은행도 '텅텅' 비어
기업 사정 어려워 후원 급감…식당 "복지시설 저금통 가져가 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외된 이웃을 향하는 한가위 온정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후원, 기부, 봉사 모두 줄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추석 행사까지 취소되면서 명절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경남에서는 올해 추석맞이 모금 현물이 24일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4.8% 모이는데 그쳤다.

매년 소외계층에게 돌아가던 지역사랑 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기탁은 씨가 마를 지경이다. 현금을 포함한 기부도 전년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어 '쓸쓸한 한가위'를 실감케 했다.

노숙인 보호 사업과 취약계층 무료급식 사업을 진행하는 경기 안양 사단법인 '유쾌한공동체'는 하루하루 끊기는 후원에 사무실 임대료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유정 사무국장은 "전체 후원금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한 회사가 최근 '코로나 여파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후원을 끊었다"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그대로인데 후원과 자원봉사는 갈수록 준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전에도 우리 단체 모금 저금통을 비치해둔 한 식당 사장님이 다음 달부터 문을 닫게 됐다며 저금통을 가져가 달라고 했다"며 "어려운 상황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 급식에서 남은 음식을 기부받기도 했는데, 올해는 온라인 수업 장기화로 이마저도 없다.

윤 사무국장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데에도 지장이 있을 만큼 상황이 어렵다"면서도 "추석 연휴에 무료급식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탄 기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탄은 후원기업이나 단체가 봉사 활동을 전제로 기부하지만, 올해는 봉사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최근 뚝 떨어진 기온에 연탄이 필요한 이들은 많아졌지만, 후원과 봉사는 뚝 끊겼다.

신원규 대전 연탄은행 대표는 "9월이면 각 단체에서 자원봉사 문의가 잇따랐지만, 올해는 문의가 딱 한 건 들어왔다"며 "연탄 후원 역시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전에는 여전히 1천300여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차량이 닿지 않는 고지대에는 100여명이 붙어 직접 연탄을 날라야 한다.

봉사자가 없어 배달업체에 별도로 배달료를 내고 연탄 배달을 맡기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부산 연탄은행은 올해 연탄 기부량을 지난해 40만장보다 10만장 낮춰 잡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부를 약속한 단체나 기업이 거의 없어 관계자들은 한숨이 늘고 있다.

한 후원기업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계획했던 연탄 전달 봉사활동을 연기했다.

부산 연탄은행 측은 어쩔 수 없이 추석 이후 인원을 최소화해 연탄을 배달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강정칠 부산 연탄은행 대표는 "18년 동안 연탄은행을 운영하면서 올해보다 힘든 적이 없었다"고 한탄했다.

강원지역 연탄은행은 현재까지 연탄 후원이 전체 목표량이 13.3%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반기 연탄 기부가 154만장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는 63만장으로 크게 줄었다.
강원 춘천 한 장애인 거주시설 역시 찾아오는 봉사자가 없어 썰렁하다.

예년 같으면 명절을 앞두고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 관계자들이 찾아와 정을 나누곤 했지만, 올해는 조용하기만 하다.

시설 관계자는 "택배마저 건물 밖에서 수령하는 분위기에 많은 봉사자가 찾아오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일 수 있다"면서도 "명절의 분주함이 그립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면회가 금지된 경남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이번 추석은 유독 쓸쓸한 분위기가 난다"며 "가족 없이 명절을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힘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라며 한숨 지었다.

공동차례를 지내면서 함께 명절을 즐기던 대전 벧엘의 집 쪽방상담소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를 취소했다.

매년 추석엔 쪽방 주민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윷놀이했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한다.

함께 목욕탕을 가거나 음식을 나눠 먹는 프로그램도 진행하지 않는다.

원용철 벧엘의집 목사는 "코로나19로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쪽방에 있는 주민들이 더 많을 텐데, 함께하는 행사가 없어 더 썰렁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선호 김소연 양지웅 이연주 한지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