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철퇴' 잇따라 맞고 있는 PEF 투자기업들

한앤컴퍼니, VIG, MBK 등 PEF가 경영권 보유한 기업들
대규모 과징금 받고 경영진 검찰 고발까지 당해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PEF)가 경영권을 인수했거나 주요주주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PEF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큰 손으로 자리잡으면서 PEF 투자 기업들이 급증해 나타나는 현상이란 설명이다. 이런 사례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PEF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지난 6월말 현재 50.5%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 자동차 공조시스템 제조업체 한온시스템은 지난 24일 공정위로부터 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도급업체의 납품 단가를 부당하게 깎은 혐의 때문이다.공정위는 한온시스템을 검찰 고발하는 동시에 피해를 본 하도급업체에 별도로 133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하도급 대금 부당 감액 행위로는 사상 최대 규모 배상금"이라고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은 2015년 6월부터 2017년 8월까지 106회에 걸쳐 45개 협력업체의 납품대금 80억5000만원을 부당하게 깎았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자사의 원가절감 목표에 맞춰 협력사 납품대금을 일방적으로 감액했다는 설명이다. 한온시스템은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꾸거나 발주 물량을 줄이겠다"는 위협도 했다.

한온시스템은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가 먼저 납품 단가 인하를 제안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일까지 저질렀다고 공정위는 강조했다. 공정위 등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다.공정위는 부당하게 깎인 하도급 대금에 지연이자(연 이자율 15.5%)를 더해 133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산정했다. 대금 인하를 주도한 한온시스템 담당자는 2016년 회사를 나가 개인에 대한 고발은 하지 않았다.

'토종 PEF'인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가 투자한 바디프랜드도 지난 7월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다. VIG파트너스는 네오플럭스와 공동 설립한 'BFH투자목적회사'를 통해 지난 6월말 현재 바디프랜드 지분 65.48%를 갖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BFH투자목적회사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출시한 청소년용 안마의자 '하이키'가 키 성장 효능이 있고 뇌 피로를 해소해주며 집중력·기억력을 높여주는 ‘브레인 마사지’ 기능이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고의성이 명백한 거짓 광고”라며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바디프랜드를 검찰에 고발했다.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200만원도 부과했다.공정위 과징금을 부과 받은 뒤 바디프랜드는 세번째로 기업공개(IPO)를 취소하기도 했다. 바디프랜드는 2014년 처음 상장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데 이어 2018년 11월 다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한국거래소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다. 경영진의 경영 투명성 미흡 등이 원인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는 작년 5월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홈플러스를 제재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가 구미점 내 4개 임대매장들의 위치 및 시설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매장 면적을 줄이고 신규 인테리어 비용을 모두 임차인에게 부담시킨 것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는 계약 기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매장임차인에게 매장 위치 및 면적을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대규모유통업법 제17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PEF 투자 기업들이 공정위 제재를 받는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하는 것은 PEF가 국내 M&A 시장의 최대 큰 손으로 부상한 결과란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PEF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기업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만큼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 등에 집중됐던 공정위의 제재도 점진적으로 PEF 투자 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PEF는 특정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통상 5~7년 간 보유한 뒤 재매각해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인수 시점 대비 매각 시점에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용 효율화, 매출처 다변화, 볼트 온(연관 기업 M&A) 등을 추진한다.

국내 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PEF들이 매각 대금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 효율화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력사 납품대금을 후려쳐 공정위 제재를 받는 사례들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EF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공정위 칼끝은 PEF를 더 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내에서 '공정위 리스크'가 PEF의 회수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도 점차 늘어날 예상하고 있다. 공정위가 내리는 강한 제재에 대해 불복하는 사례들도 동반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제재에 대한 불복 소송은 몇년씩 진행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른 우발채무로 PEF의 지분 매각이 상당기간 지연되거나 우발채무 평가액을 놓고 인수 후보자와의 견해차가 심해 매각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