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상온노출 사고…유통시 '재하청 관행'이 화 불렀나

국가예방접종사업 첫 계약 신성약품…"우려 물량은 17만명 분량"
"의약품 도매업체 '하청'은 관행…교육 우려는 있어"
김진문 신성약품 대표 "수도권 등 직접 관리해 배송…배송업체 바꿨다"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쓰여야 할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과 관련, 유통을 맡았던 도매업체의 무경험과 재하청 관행이 겹치며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 사태는 유통을 맡았던 신성약품과 계약한 물류업체가 지방에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하청에 재하청을 주면서 관리가 소홀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으로 국가예방접종사업 조달을 맡았다.

단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에 배송된 독감 백신은 철저히 관리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 "한 업체가 전국 배송 못 해 하청이 일반적…교육 미비 우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참여한 의약품 도매업체는 전국에 백신을 유통하기 위해 또 다른 소규모 도매상이나 물류업체와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 물량은 직접 배송하기도 하지만, 지방의 경우 직접 배송이 어렵기 때문이다.

낙찰받은 의약품 도매업체에서 1차로 물류업체에 맡기면 이 업체가 지방에서 1t짜리 소규모 냉장차량을 가진 업체에 다시 계약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병·의원에 공급된다는 얘기다.백신업체 관계자는 "낙찰받은 한 업체가 전국을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통을 위해) 하청을 주고, 그 이후에도 재하청을 주는 게 관행"이라며 "현실적으로 하청 없이는 한 도매업체가 전국에 배송할 능력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배송에 대한 교육이나 관리가 소홀해졌을 거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신성약품이 대규모 독감백신 조달과 배송 경험이 없었던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백신 보관·수송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백신을 수송할 때에는 냉각장치가 설치된 용기·장비나 냉각제 등을 사용해 허가받은 보관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수송을 맡은 사람은 백신을 수령하는 사람과 긴밀한 연락을 취해 생물학적제제 등이 동결되거나 저장온도가 상승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하청을 주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그동안 백신을 배송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신성약품 1차·2차 계약…"수도권 등은 관리된 물량"
신성약품 역시 물류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일부 지역은 직접 관리해 배송하고, 지방 배송을 위해서는 2차 이상의 하청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독감 백신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100대 이상의 차량이 필요하므로 물류업체와 계약했고, 이 물류업체가 지방에서 유통을 맡은 물류업체와 다시 계약을 맺었다고 회사는 밝혔다.

김진문 신성약품 대표는 "11t짜리 냉장차에 백신을 싣고 지방까지 내려가면 거기서 유통하는 물류업체가 또 따로 있다"며 "그 업체가 우리랑 계약한 물류업체와 계약해서 지방에 유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누누이 설명해왔다.

일종의 '재하청' 업체가 기존 업체로부터 독감 백신을 받아 작은 차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상온에 노출된 물량은 재하청 업체가 유통한 250만명 분량에서 17만명 분량 정도로 회사는 추측했다.

다만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독감 백신을 큰 차량에서 작은 차량으로 옮겨야 하는 과정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관리된 물량을 배송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물류업체와 계약해서 서울,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은 우리 회사 창고에서 직접 나간 게 배송이 됐다"며 "해당 지역에 내보낸 독감백신은 모두 관리가 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성약품은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된 기존 배송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현재는 정부의 품질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는 "나머지 백신에 대한 배송업체를 바꿨다"며 "앞으로 비용이 얼마가 들든 국민 건강과 관계되는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하겠다"고 말했다.현재 문제가 된 백신은 신성약품이 정부와 조달 계약을 맺은 총 1천259만 도즈(1회 접종분) 가운데 500만 도즈, 즉 500만명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