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물산, 자율주행 기술 보유 에이치엔티 인수한다

에이치엔티 경영진, 다음달 주총서 동양물산 인사로 교체
거래정지 해소 목적…이후 유상증자나 구주 인수 예상
에이치엔티 자회사 팬옵틱스·엠디이 자율주행 기술 보유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중인 동양물산과 시너지 기대
비상장 자회사 국제종합기계 상장에도 활용 가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농기계업체 동양물산이 휴대폰 카메라모듈 업체 에이치엔티(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다.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엔티의 자회사들과 현재 개발중인 자율주행 농기계 사업에 시너지를 내기 위한 포석이다.

○경영진 동양물산 인사로 전원 교체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엔티는 다음달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도훈 동양물산기업 총괄사장 등 동양물산 측 인사 5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사외이사 2명, 감사 2명도 모두 동양물산이 선임안을 올렸다.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기존 경영진은 물러나고 동양물산 측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동양물산은 에이치엔티 최대주주인 이엔케이컨소시엄(지분율 17.87%)과 에이치엔티 인수를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다. 아직 최종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이번 경영진 교체를 통해 현재 거래정지 상태를 푸는 것을 전제로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주총 전까지 동양물산과 이엔케이컨소시엄이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치엔티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이 거절되면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 주력사업인 휴대폰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베트남법인 HNT비나컴퍼니의 지분 51.0%를 코아시아에 팔면서 기업의 계속성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동양물산은 에이치엔티 경영진을 교체한 뒤 거래 재개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에이치엔티의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자회사 엠디이와 미국 자회사 팬옵틱스와 사업을 키워갈 수 있다. 거래가 재개되면 동양물산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기존 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으로 경영권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 박차

동양물산이 에이치엔티 인수에 나선 것은 최근 강화하고 있는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다. 에이치엔티의 미국 자회사 팬옵틱스는 지난해 8월 자율주행에 필수인 3차원 지도와 운행데이터를 수집하는 미국 플랫폼업체 자율주행업체 '우모'를 인수하며 주목받았다. 국내 자회사인 엠디이는 자율주행차량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업체로 올 초 자율주행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세종시와 함께 자율주행 셔틀버스 서비스의 실증과 안전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동양물산도 미래신사업으로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모를 심는 이앙기는 직선구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제품을 내놓았으며 내년에는 논두렁 끝에서 자동으로 회전도 가능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자율주행 트랙터도 출시될 예정이다. 동양물산 관계자는 "에이치엔티 인수 이후 자회사들의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동양물산이 에이치엔티를 비상장 자회사 상장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6년 당시 국내 농기계 3위였던 동양물산은 4위 업체 국제종합기계를 65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독자적인 브랜드를 유지하며 농기계사업을 하고 있는 국제종합기계는 궁극적으로 상장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