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물값 변동에 베팅"…세계 최초 '물 선물' 시장 열린다

나스닥, CME와 물 선물시장 연내 출범
리스크 헷지나 차익 목적 거래 의도
실물인수 없어…투기적 수요 급증할 수도
물을 선물거래 할 수 있는 시장이 미국에 생긴다. 원유나 구리, 대두 등을 선물거래하듯 향후 시세 변동을 예측해 특정 시기·가격별로 물을 사고 파는 방식이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는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CME그룹과 손잡고 물 선물거래 시장을 연내 출범할 계획이다. WSJ에 따르면 이는 세계 최초 물 선물시장이 된다. 나스닥은 CME 플랫폼을 통해 물 선물시장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1계약당 10에이커풋(약 12만리터) 규모다. 최장 원월물은 2년물로 예정돼 있다. 거래는 달러로 이뤄진다.

물 선물시장 기준가격은 나스닥의 물 현물 지수인 벨레스 캘리포니아 물 가격 지수와 연동된다. 나스닥이 2018년10월 수자원 전문 금융기업 벨레스워터와 함께 산정을 시작한 지수다. 직전주에 캘리포니아 지하수 유역 네 곳과 지표수 시장 거래가를 기준으로 일주일마다 집계된다. 물 가격 기준 지역을 캘리포니아로 정한 이유는 인구와 농지가 많아 미국에서 물 수요가 가장 많은 주(州)라서다.
나스닥은 물 선물시장을 통해 물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농가와 제조업체 등이 위험 회피(헷지)용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뭄이나 폭우 등이 예상될 때 미리 선물 투자를 통해 비용 변동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스닥은 물 선물시장을 실물인수도 방식 대신 현금 결제 상품 방식으로 운영한다. 물 사용 권리만을 사고파는 식이라 선물계약이 만료될 경우에 매수자에게 실제 물을 대량으로 인도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팀 맥코트 CME 대체투자상품부문장은 “물 선물시장은 돈만 오가기 때문에 비교적 거래가 간단하게 이뤄지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문에 물 실수요자 이외에 헷지펀드나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투기적 수요가 선물 시장에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자원을 확보할 의향이 없어도 실물을 떠안을 부담 없이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연초 가뭄이 예상될 경우 농가 물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2월에 싼 값으로 물 원월물을 사두고, 물 수요가 늘어나는 6월에 비싼 가격에 팔아넘겨 차익을 내는 식이다.

물 선물 시장이 생기면 물 선물가격 수익률과 연동되는 물 상장지수펀드(ETF), 물 상장지수증권(ETN) 등 추가 파생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랜스 쿠건 벨레스워터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물을 제외한 모든 주요 원자재는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물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이라 선물 투자에 나서려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물 선물이 인플레이션이나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장기투자 자산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