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4차 산업혁명 시대…미래 내 직업은 어디서 찾을까

기술 진보 속도 빨라지면서
유망한 직업도 급격히 변화
AI·빅데이터 전문가 부상

무인차·스마트시티·바이오 등
미래 혁신분야에도 기회 많아
Getty Images Bank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5월 발간한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은 1만6891개다. 1969년 첫 직업사전 발간 시 3260개에서 다섯 배 넘게 늘었다. 그동안 버스안내양 타이피스트 도안사 등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유튜버 등 더 많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결과다. 하지만 미국 3만여 개(2012년 기준), 일본 2만5000여 개, 캐나다 2만여 개 등 서비스산업이 활발한 국가에 비하면 아직 직업의 발달이 미흡한 편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직업이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직업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망직업에서 소멸한 경우도 있어

급속도로 산업화를 이루면서 한국의 유망직업도 부침을 거듭했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대기업직원 등은 예전부터 꾸준히 사랑받았지만 한때 선호되는 직업들이 순식간에 인기를 잃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전쟁의 상흔이 남은 1950년대에는 군 장교가 유망 직업이었고 타자를 쳐서 문서작업을 해주는 타이피스트도 지망자가 몰렸다. 전차운전사도 유망직업이었지만 1968년 서울에서 전차 노선이 폐지되면서 사라졌다. 1960년대에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목을 끌면서 섬유공학 엔지니어가 기업의 핵심인재로 꼽혔고, 대표적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을 만드는 가발기능공이나 9급 공무원보다 월급이 많았다는 버스안내양 등이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1970년대는 중화학공업 발전과 함께 각종 산업엔지니어가 인기 직종이었고 자유롭게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무역업(종합상사) 종사자와 항공기 승무원이 선망받는 직업이었다. 1980년대에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자본집약형으로 발전하면서 금융업이 각광받았고 증권회사에 인재가 몰렸다. 또 엔터테인먼트산업이 발전하면서 프로야구선수, 탤런트, 광고기획자 등이 유망직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1990년대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웹마스터, 프로그래머 등이 인기를 끌었고 젊은이들이 벤처기업가로 뛰어들었다. 직업이 더욱 세분화되면서 금융업에서만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외환딜러, 선물거래사 등이 새로운 직업으로 주목받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량 실직사태가 발생하면서는 엔지니어에 대한 인기가 주춤하고 직업 안정성이 돋보이는 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2000년대에는 결혼 상대를 대신 찾아주는 커플매니저, 인테리어디자이너, 생명공학연구원 등 새로운 개념의 직업이 많아졌다.

2010년 이후 새로 등재된 직업들은 4차 산업혁명 등 과학기술의 발전 및 고령화 등 사회변화와 관련된 직업이 많아졌다. 드론조종사, 딥러닝엔지니어, 유품정리사, 수납정리원 등이 그러한 경우다.

앞으로 유망한 직업은 무엇일까

여러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앞으로 10년간 일자리가 늘어날 분야로 프로게이머, 유튜버, 인공지능(AI)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사물인터넷(IoT) 전문가, 사회복지관리사, 놀이치료사, 수의사 보조원 등을 꼽았다. 정부가 여덟 가지 미래 혁신 성장 분야로 지정한 무인자동차(엔지니어) 스마트시티(도시계획가, 교통전문가), 바이오헬스(생명과학연구원, 스마트헬스케어전문가), 스마트팜(스마트팜 컨설턴트, 스마트팜 구축가), 드론(엔지니어), 스마트공장(엔지니어), 핀테크(앱 개발자, 엔지니어, 금융공학 전문가) 분야 전문가도 유망직업으로 거론된다.

반면 잡지기자, 어부 및 해녀, 한복 제조원, 통계·설문조사원, 은행 사무원 등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인간의 노동력이 대치되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곧 다가올 미래에서는 전문직도 일자리 위협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금도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손떨림 등 인간의 실수와 달리 정교하게 외과수술을 하고, ‘e디스커버리’라는 AI 프로그램은 ‘인간 변호사’의 5분의 1 비용으로 수백만 건의 법률 문서를 단시간 내에 분석해 최적의 판례를 제공한다. 제리 카플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간은 필요없다》라는 책을 통해 기술발달이 가속화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노동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MIT(매사추세츠공대) 디지털비즈니스센터의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제2의 기계시대》에서 인류는 기계와의 공생에서 새로운 실존적 결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인류의 오랜 역사는 인간과 기술이 끊임없이 절충점을 찾아가며 여기까지 진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변화는 때때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갔지만, 그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직업의 세계를 풍성하게 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 각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② 인간 고유의 영역인 창의성까지 넘보는 인공지능(AI)이 앞으로 사람의 일자리 대부분을 대신할까, 아니면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까.

③ 앞으로 새로이 탄생하고 한동안 각광받을 직업은 어떤 것이 있고,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