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911 뺨치는 아빠차…섹시한 카이엔 터보 쿠페

오세성 기자의 [신차털기] 67회
△ 포르쉐 카이엔 터보 쿠페

▽ 스포츠카 뺨 때리는 제로백 3초대 SUV
▽ 대형 SUV의 여유로운 공간도 동시에
▽ 뒷모습 날렵해지고 스포일러도 튀어나와
포르쉐의 준대형 SUV 카이엔 터보 쿠페.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국 시장에서 신기록을 쓰고 있는 포르쉐의 새 캐시카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의 터보 쿠페 모델을 타봤다.

포르쉐는 한국시장에서 판매량을 두 배 가까이 늘리며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2018년과 지난해 4200여대를 판 포르쉐 코리아는 올해 상반기에만 4373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성적을 거뒀다. 포르쉐의 신기록 행진의 중심에는 카이엔이 있다. 포르쉐 코리아가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판매한 5841대 중 2668대(45.6%)가 카이엔이었다. 포르쉐는 올해 스포츠카의 폭발적인 주행 성능과 함께 실용적인 SUV 특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카이엔에 디자인까지 더하며 매력을 강화했다. 기존의 뭉툭하던 후면 디자인을 세련되고 섹시하게 깎아놓은 쿠페형 카이엔을 출시한 것이다.

직접 만나본 카이엔 터보 쿠페는 포르쉐의 대표 스포츠카 911을 연상시키는 자태를 품고 있었다. 카이엔 터보 쿠페는 2017년 출시된 3세대 신형 카이엔 라인업에 추가된 쿠페형 SUV다. 성능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루프 엣지를 약 20mm 낮추고 윈드실드와 A필러를 기존보다 뒤로 눕히며 기존 모델과는 전혀 다른 라인을 구현했다.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와 22인치 GT휠도 멋스러움을 더한다.
날렵한 뒷모습을 갖춘 카이엔 터보 쿠페.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카이엔 터보 쿠페는 전장·전폭·전고가 4930·1985·1675mm인 준대형 SUV다.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실내 공간을 가늠하는 기준인 축간거리는 2895mm에 달한다. 레그룸 공간이 여유로운 것은 물론, 뒷좌석 높이가 일반 카이엔보다 30mm 낮아지며 헤드룸도 넉넉해졌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대형 SUV에 걸맞는 625L를 갖췄다. 뒷좌석을 접으면 1540L까지 늘어난다.여유로운 공간을 갖췄지만, 최근 유행하는 차박(차량 숙박)에는 적합하지 않다. 풀플랫 방식의 차량은 뒷좌석이 바닥과 수평이 되도록 완전히 접히지만, 카이엔 터보 쿠페는 두꺼운 쿠션 등 시트의 구조 탓에 일정 각도 이상 접히지 않았다. 뒷좌석 시트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사람이 누울 공간으로는 부족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많은 기능이 터치스크린 안으로 들어가면서 물리 버튼이 크게 줄었다. 다섯개의 원형 계기판 디자인은 유지됐지만, 가운데 RPM(엔진회전수) 게이지만 아날로그 방식이고 좌우는 디지털로 대체됐다. 덕분에 내비게이션 길안내를 12.3인치의 널찍한 메인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디지털 계기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카이엔 터보 쿠페 운전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주행 성능은 포르쉐다웠다. 카이엔 쿠페 터보 공차중량은 약 2.1t에 달한다. 크고 무거운 대형 SUV는 반응성이 느린 경우가 많지만, V8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 토크 78.6kg·m을 갖춘 카이엔 터보 쿠페는 빠르게 달리고 민첩하게 반응했다. 스포츠모드로 변경하면 8기통 특유의 기분 좋은 배기음을 들려줬고 차체 높이를 낮춰 더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해졌다. 순간적이지만 911 부럽지 않을 성능도 뿜어낸다. 카이엔 쿠페 스티어링 휠에 달린 리스폰스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변속기가 20초 동안 한계까지 성능을 발휘한다. 911에 비하면 다소 잔잔하던 배기음도 그 순간만큼은 성난 황소처럼 돌변한다. 카이엔 터보 쿠페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스포츠카 수준인 3.9초이며, 최고속도는 286km/h다.

카이엔 터보 쿠페에는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도 탑재됐다. 평상시에는 스포일러가 없이 날렵한 뒷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도가 90km/h를 넘으면 후방에 숨겨졌던 스포일러가 135mm까지 확장돼 차량의 접지력을 늘리고 공기역학을 극대화한다. 운전석 룸미러에서는 달리는 카이엔 터보 쿠페에서 스포일러가 튀어나와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뒤따르는 운전자에게는 꽤나 부러울 장면이다.
카이엔 터보 쿠페의 날렵한 뒷모습과 여유로운 뒷좌석 공간, 공조장치, 625L의 트렁크 공간.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역대 최장 이어진 장마기간 중 카이엔 터보 쿠페를 시승한 탓에 주행 중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거나 고속으로 달리는 주변 차량에서 물이 쏟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사라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카이엔 터보 쿠페는 뛰어난 접지력을 자랑하며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적으로 내달렸다. 다만 와이퍼의 작동 속도가 폭우를 감당하기에는 약간 느린 점이 아쉬웠다. 카이엔 터보 쿠페는 스포츠카와 SUV의 경계에서 뛰어난 성능과 패밀리카로 활용 가능한 높은 실용성을 겸비했다. 디자인적 완성도에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 8월까지 팔린 카이엔 2668대 가운데 쿠페형 모델은 절반 가까운 1204대에 달했다.

다만 성능과 실용성, 디자인을 모두 챙기며 가뜩이나 높은 가격이 더 올라간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포르쉐 카이엔 터보 쿠페 가격은 1억8060만원으로 책정됐다. 옵션을 더한 시승차량 가격은 2억2850만원에 달했다. 동력 성능을 약간 덜어낸 일반 카이엔 쿠페는 1억1630만원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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