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에놀라 홈즈'…여성 홈즈의 성장 스토리 [김희경의 콘텐츠 PICK]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 콘텐츠 순위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23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에놀라 홈즈'가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에놀라 홈즈'는 우리가 잘 아는 셜록 홈즈 이야기를 새롭게 변주한 작품이다. 익숙한 소재를 재각색해 만들어낸 '여성 홈즈'의 탄생과 성장 스토리가 참신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놀라 역은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로 많은 인기를 얻은 바비 브라운이 맡았다.
에놀라는 두 오빠 마이크로프트, 셜록이 성장해 떠난 집에 엄마와 단 둘이 오랜 시간 살았다. 엄마는 에놀라에게 가정 교사를 붙이지 않고 직접 가르쳤다. 에놀라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책도 마음껏 읽고, 주짓수, 과학 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다. 엄마와 그렇게 친구처럼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엄마가 사라진다. 이야기는 에놀라가 직접 엄마를 찾아나서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에놀라는 마이크로프트로부터 천방지축 어린 아이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만의 생각과 셜록을 뛰어넘는 추리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결과를 낳는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엔 1인칭 시점이 반복돼 나온다. 에놀라가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 하는 식이다. 어리지만 당찬 모습이 유쾌하게 다가온다. 코르셋, 신부 수업을 하는 여성 기숙 학교 등에 대한 에놀라의 비판적인 생각도 1인칭 시점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부각된다.

작품엔 엄마의 실종 이외에도 타살 위기에 처한 젊은 후작의 이야기가 주요 사건으로 등장한다. 두 사건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하나로 결합된다. 구성이 단조롭지 않고, 탄탄하고 정교하게 느껴진다.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셜록'처럼 사건 자체에 긴박감이 넘치진 않는다. 하지만 작품은 사건보다 이 사건들이 가진 사회적 함의에 더욱 집중한다. 또 이 과정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빛나는 작품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