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권사 "니콜라 주식 팔아라(sell)" [이고운의 머니백]

미국 수소트럭회사 니콜라가 이번에는 월가로부터 강력한 공격 한 방을 맞았습니다. 미 증권사 웨드부시는 24일(현지시간) 니콜라의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언더퍼폼(underperform)’으로 낮췄습니다. 목표주가도 기존 45달러에서 15달러로 내렸습니다. 이날 미 나스닥시장에서 니콜라의 종가는 전날보다 9.69% 하락한 19.1달러입니다. 현재 주가보다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이유는 사실상 투자의견이 ‘매도(sell)’라는 뜻입니다.

니콜라가 첫 'sell' 투자의견 받은 이유

니콜라의 수소전기차 샘플. 니콜라 제공
외신들은 웨드부시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받아들이며 “니콜라가 미 증시에 등장한 이후 첫 ‘팔아라’ 투자의견”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웨드부시의 이번 의견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목표주가 조정입니다. 증권사는 중장기 주가흐름에 대한 전망과 의견을 목표주가를 통해 드러냅니다. 금융정보사이트 팁랭크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다섯 군데 증권사가 제시한 니콜라 목표주가 평균은 37달러, 최저 15달러에서 최고 79달러입니다.웨드부시는 창업자인 트레버 밀튼의 부재와 공매도 투자사 힌덴버그리서치의 공격을 니콜라의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힌덴버그리서치는 이달 니콜라의 기술에 실체가 없고 이른바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고, 그 결과 니콜라 주가는 반토막났습니다. 웨드부시는 힌덴버그리서치가 제기한 의혹과 이에 대한 니콜라의 대응이 당분간 주가를 짓누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현재까지는 니콜라가 힌덴버그리서치를 상대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힌덴버그리서치의 의혹 제기 이후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지난 21일 경영진에서 사임한 것도 우려 요인입니다. 웨드부시는 밀턴의 사임에 대해 “대체 불가능한 존재의 공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타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의 존재가 스타트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시장에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당장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투자자들이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밀턴이 이런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밀턴이 니콜라에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자주 트윗을 날리던 밀턴은 현재 트위터를 닫은 상태입니다. 외신에서는 밀턴의 사촌으로 알려진 오브리 스미스가 제기한 성추행 의혹의 여파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스미스는 본인이 15세였던 1999년 밀턴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 트윗을 했습니다. 시시비비가 명확히 가려진 상태는 아니지만 만약 이 문제가 커질 경우 밀턴이 경영자로 복귀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역시 진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스미스 건과는 별도로 밀턴의 또다른 성추행 의혹이 트위터 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수소전기차 업체인 니콜라의 창업주 트레버 밀턴. 프레이트웨이브스 제공

니콜라의 시장 위협하는 테슬라

웨드부시는 미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가 니콜라에는 악재라고 평가했습니다. 테슬라가 지난 22일 배터리 데이에서 보여준 배터리 가격 하향 가능성이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날 일론 머스트 테슬라 CEO는 전기자동차의 가격을 더욱 저렴하게 책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테슬라, 다임러 등이 준비하고 있는 전기트럭의 존재도 니콜라가 노리는 수소트럭 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대신 미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과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웨드부시는 니콜라의 적자 및 소진되는 현금, 전기트럭과의 경쟁 강도가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