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측 공무원 사살·불태운 사건에 침묵…코로나 방역만 강조

'박왕자씨 피격' 당시에는 다음날 담화 발표

북한이 서해상에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뒤 불태운 사건에 대해 25일 오전 7시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대외선전매체 등 북한 매체에서는 이날 남측 공무원 사살 사건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청와대가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며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지만, 무시로 답한 모양새다.

노동신문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역 장벽'을 강조하는 기사만 실렸을 뿐이다. 신문은 '방역 부문 일군들이 무거운 책임을 다하자' 제목의 기사에서 "방역 부문이야말로 인민보위, 조국보위의 전초선"이라며 "일군(간부)들이 최대로 각성 분발하여 우리의 방역장벽을 더욱 철통같이 다져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강·하천에 대한 방역학적 감시를 보다 강화하여 물에 떠내려오거나 강 유역에 쌓인 물체, 오물 등을 철저히 방역학적 요구대로 처리하는데 깊은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강·하천들에 감시 초소가 증강되고 책임적인 일군들로 감시역량이 보강됐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대응은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 피격 사건' 당시와는 정반대 모습이다. 북한은 박왕자씨 피격 사건 발생 다음날인 7월 12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고 "남조선 관광객이 우리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강산지역 군부대 대변인 역시 다음 달인 8월 3일 특별 담화를 통해 "전투근무 중에 있던 우리 군인은 날이 채 밝지 않은 이른 새벽의 시계상 제한으로 침입대상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식별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북한 신참 초병의 '근무경계수칙'에 따른 우발적 총격 사건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당시 북한은 사건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도 거듭 "사고"라고 주장하며 신속히 수습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종 공무원 식별 후 수 시간 뒤에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를 받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기 때문에 결이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할지, 좀 더 고민 끝에 입장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북한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한도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비무장 민간인에 총격을 가했기 때문에 입장을 내놓더라도 국제사회의 인권 경시 책임은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