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능선 넘은 두산 구조조정…인프라코어 매각으로 마무리한다

28일 인프라코어 예비입찰…매각대금 8천억~1조원 전망
자구안 이행 마무리되면 친환경 에너지그룹 전환 박차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면서 그룹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3조원 규모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의 마지막 과제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성공할 경우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이 계획보다 일찍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27일 나온다.
◇ 7부 능선 넘은 자구안 이행…"올해 목표 이미 달성"
그룹 상징이었던 두산타워 매각이 지난 21일 마무리되면서 두산그룹이 지난 4월 채권단과 약속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이 7부 능선을 넘었다.

두산중공업과 지주회사인 ㈜두산이 계열사 매각 대금으로 총 2조2천억원가량을 확보한 것을 고려할 때 ㈜두산 자금의 상당 부분이 오는 12월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투입되더라도 올해 내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CC(1천850억원)를, ㈜두산은 두산솔루스(6천986억원·대주주지분 포함)·모트롤BG(4천53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타워(8천억원)를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각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1조3천억원 규모의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와 두산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3조원 규모 차입금의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정원 두산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책임경영 차원에서 두산중공업에 무상으로 넘긴 5천700억원어치의 두산퓨얼셀 주식도 두산그룹의 재무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바로 현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산중공업 회계장부에서 자본이 늘어 재무 건전성을 높이게 됐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진입하면서 두산중공업과 그룹의 재무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완료될 경우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은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마지막 퍼즐' 인프라코어 매각에 촉각
이에 두산그룹 자구안 이행의 '마지막 퍼즐'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업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두산그룹과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의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오는 28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8천억∼1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에 따른 우발채무를 두산그룹이 책임지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예비입찰 열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중국법인인 DICC의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소송 중인 두산인프라코어는 향후 대법원판결에서 패소할 경우 약 7천억원가량의 우발채무를 떠안게 되고 이는 예비입찰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었다.

소송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 등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와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조기 매각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도 있다.

KB증권 정동익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건설기계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담당한 밥캣을 분리할 경우 매력이 떨어지고, 두산그룹 자구안에 따라 주가가 상승해 예상 인수금액이 오르고 있다"면서 "매각이 조기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빚 갚기' 끝나면 친환경 에너지그룹 전환 박차
두산그룹의 '빚 갚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향후 경영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두산그룹은 재무위기 극복 후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그룹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세계 5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지난 2018년 기준 세계 가스터빈 발전시장 규모는 97조원으로, 오는 2035년엔 2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의 주력사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실적 보유 경험을 바탕으로 풍력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적극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대주주 보유 지분의 무상증여로 두산중공업이 두산퓨얼셀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수소연료전지 사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두산퓨얼셀은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수소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IBK투자증권 김장원 연구원은 "자산 유동화 정책으로 두산 자체 사업이 축소됐지만 남은 사업의 수익 전망이 밝아 자회사의 안정화 여부가 향후 주가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