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최대 파운드리' SMIC도 제재…삼성·SK 반사이익 보나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美, 中 반도체 핵심 기업 정밀 타격

"中 '반도체 굴기' 나서자 미국이 선제 공격"
SMIC 반도체 기술, 국방사업에 이용 의심
DB하이텍 등 한국 파운드리 업체 수혜 기대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의 상징’으로 불리는 SMIC도 블랙리스트(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려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을 차단하기로 했다. 중국 반도체산업의 급소를 잇따라 정밀 타격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에선 “미국이 중국 반도체산업의 싹을 아예 자르려고 한다”는 분석과 함께 국내 반도체업체로선 나쁜 소식이 아니란 평가가 우세하다. ‘2030년 파운드리 시장 세계 1위’를 선언한 삼성전자, 중국 고객 비중이 높은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 등 275개사 블랙리스트 올라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5일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SMIC에 반도체 기술·장비를 수출하려면 라이선스(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WSJ는 “미국 정부가 SMIC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이용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MIC는 2000년 설립된 중국 1위 파운드리업체다. 세계 시장 점유율 4.5%(3분기 추정치 기준)로 세계 5위다.화웨이, ZTE와 이들 기업의 계열사 등 275개 이상 중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SMIC에 대한 수출길도 사실상 봉쇄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달 초 미국의 규제 소식이 흘러나오자 SMIC는 “중국군과 관계가 없고, 오해를 풀기 위해 미국 정부와 성실하게 소통할 것”이라는 신호를 미국 정부에 보냈다. 미국 상무부에 라이선스를 요청하며 “미국 정부의 규정을 준수할 것”이란 유화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지만 기대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SMIC 통해 화웨이 제재 쐐기 박아

미국의 SMIC 제재에는 두 가지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화웨이 타격’이다. 지난 5월 미국은 화웨이와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의 거래를 막았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없는 화웨이가 TSMC에 5세대(5G)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의 생산을 맡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화웨이가 TSMC의 대안으로 삼은 기업이 SMIC다. SMIC는 회로선폭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을 주력으로 한다. 최첨단 통신칩 제조엔 한계가 있지만 중저가용 제품은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에 미국 정부가 ‘블랙리스트 등재’로 쐐기를 박으려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의도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파운드리산업을 주저앉히는 것이다. 반도체산업의 무게중심이 인텔 등 종합 반도체 기업에서 엔비디아, 퀄컴, AMD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로 옮겨가면서 이들 업체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를 수탁생산하는 파운드리업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SMIC에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1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겠다”고 발표한 것도 ‘파운드리 육성’이 반도체 굴기의 핵심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 차원의 SMIC 육성이 가시화하자 미국이 선제공격에 나섰다는 것이 반도체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엔 반사이익” 전망

미국의 중국 반도체 타격에 한국 파운드리업체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대만 TSMC와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수혜가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SMIC가 삼성전자와 TSMC만 가능한 7㎚ 공정 진입을 노리던 ‘잠재적인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SMIC 등을 이용했던 퀄컴이 삼성전자 등에 긴급 주문을 넣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인 국내 중소형 파운드리 업체의 고객 확보가 쉬워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SMIC의 지난 2분기 매출 구성을 보면 지역별로는 중국(홍콩 포함) 비중이 66.1%(6억2032만달러), 공정별로는 90㎚ 이상 라인 비중이 42.7%에 달한다. 이는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이 적극 공략하고 있는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

황정수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