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못 잡는 서울 아파트시장…신고가·가격조정 '혼재'

통계상으로도 5주 연속 0.01% 상승…신고가 거래 이어져
일부 가격 조정 이뤄지지만 약세로 전환되지 않아
서울 아파트값이 두 달 가깝게 주간 0.01∼0.02% 상승에 그치며 통계상으로 진정된 모습을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거래절벽 속에 여전히 신고가(新高價)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나와 가격이 소폭 조정되는 모습도 보이지만, 서울 대부분 단지에서 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새 임대차 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여전히 전세 품귀가 계속되고 전셋값 상승도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어 아파트 매매가격을 지탱하고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거래절벽'에 일부 급매물…매수-매도인 간 신경전 '팽팽'
27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8월 2∼3주 0.02%에 이어 8월 4주∼8월 3주까지 5주 연속 0.01%를 기록했다.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은 6·17대책 이후 서울로 매수세가 다시 몰리면서 주간 상승률이 0.06∼0.11% 수준으로 올라갔다가 7·10대책과 8·4 공급대책 이후 진정된 모양새다.

주간 상승률이 1년 내내 0.01% 수준으로만 유지된다면 아파트값은 연간 0.52% 상승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최근 주택시장은 안정적인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볼만하다.
그러나 '0.01% 상승'이라는 통계를 만들어낸 실제 거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현장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5주간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실거래 정보를 살펴보면 서울 상당수 단지에서 아파트값이 계속 오른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함께 급매물 등장 등의 이유로 가격이 내린 단지도 눈에 띈다.

신축·재건축 등 아파트의 특성에 따라 같은 지역에서도 가격 격차가 수억원씩 나기도 하고, 같은 아파트에서도 동 배치나 층수에 따라 수천만원의 가격이 조정되기도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대체로 꺾이기보다는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 강남권·'마용성' '거래절벽' 속 틈틈이 신고가 거래
재건축 초기 단계에 있는 강남구 개포주공7단지 전용면적 60.76㎡는 이달 16일 18억5천만원(10층)에 매매가 이뤄져 지난달 26일 18억원(4층)보다 5천만원 오른 신고가로 기록됐다.

올해 1월 17억1천만원(2층)에 거래된 이후 7월까지 거래가 없다가 지난달 3건, 이달 1건 매매가 이뤄졌다.

이 아파트는 현재 전용 53.46㎡ 1채만 18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고, 다른 매물은 없는 상황이다.

해당 면적은 작년 11월 17억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뒤 올해 1월 15억4천500만원, 5월 14억4천500만원(8층)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호가가 18억원까지 올랐다.

최근 1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서울 아파트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궤적처럼 보인다.

준공 9년을 맞은 강남구 세곡동 강남데시앙파크 84.95㎡는 이달 4일 13억5천만원(8층)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7월 7일 12억원(6층) 거래 이후 1억5천만원이 뛴 것이다.

입주 6년차인 서초구 서초롯데캐슬프레지던트 84.97㎡는 이달 1일 21억5천만원(9층)에 최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달 1일 28층이 20억8천만원에 거래된 뒤 그달 31일에도 21억5천만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같은구 래미안퍼스티지 59.96㎡도 이달 7일 23억원(6층)에 매매가 이뤄져 7월 3일 21억5천만원(7층) 이후 1억5천만원이 올랐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에 이어 고가 아파트가 많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에서도 신고가 갱신이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3단지 84.84㎡는 지난달 17일 9억5천만원(11층)에서 이달 4일 10억9천만원(12층)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성동구에서는 금호동 브라운스톤금호 84.84㎡가 7월 4일 11억1천만원(5층)에서 이달 5일 12억3천만원(6층)으로 1억2천만원이 올랐고, 옥수동 삼성아파트 59.7㎡는 지난달 1일 10억2천만원(6층)에서 이달 1일 11억900만원(9층)으로 신고가를 다시 썼다.

가격이 내린 거래도 확인된다.

강남구 수서동 더샵포레스트 124.58㎡는 7월 4일 24억원(8층)에 거래된 이후 이달 6일 23억5천만원(5층)에 매매돼 5천만원 내렸다.

서초구 신반포11차 76.4㎡는 지난달 1일 25억원(10층)에서 이달 2일 23억3천500만원(8층)으로, 송파구 가락금호아파트 59.91㎡는 지난달 17일 11억2천600만원(20층)에서 이달 1일 10억3천500만원(11층)으로 각각 내렸다.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2단지 59.92㎡의 경우 7월 10일 8억6천500만원(7층)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뒤 이달 14일 8억4천만원(18층)에 거래돼 2천500만원 내렸다가 이틀 뒤인 16일 다시 8억6천500만원(15층)에 기존 신고가와 같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매도인-매수인 간 힘겨루기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압구정동 H 공인 관계자는 "매물은 적게라도 항상 있는 편인데,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매수세가 쉽게 붙지 않고 눈치보기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노도강'·'금관구' 등 외곽 지역도 가격강세 이어져
중저가·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입주 15년차인 노원구 월계동 풍림아이원 84.3㎡는 이달 2일 10억2천만원(6층)으로 처음 10억원을 넘기며 신고가에 매매가 이뤄졌다.

지난달 7일 7억8천500만원(4층)에 거래된 뒤 크게 오른 것으로, 기존 신고가인 6월 8억2천만원(13층)과 비교해도 2억원 뛴 값이다.

도봉구 창동 LIG건영캐스빌 80.15㎡는 7월4일 4억5천만원(1층)으로 최고가 거래 뒤 이달 5일 6억2천200만원(13층)으로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고, 같은 동 쌍용아파트 59.98㎡도 7월 6억5천만원(6층) 신고가 이후 이달 9일 7억7천만원(7층)으로 다시 신고가 기록을 깼다.

강북구에서는 번동 해모로아파트 84.93㎡가 지난달 5억9천900만원(7층)에서 이달 9일 6억4천500만원(9층)으로 올랐다.

관악구에서는 신림2차푸르지오 84.81㎡가 7월 7억원(10층)에 이어 이달 2일 7억3천만원(11층)에 신고가 거래됐고, 구로구에서는 천왕이펜하우스4단지 84.97㎡가 지난달 10일 6억8천500만원(13층)에 이어 이달 8일 7억2천만원(13층)으로 신고가 갱신을 이어갔다.

금천구 우방아파트 84.84㎡ 지난 15일 처음 6억원(14층)을 돌파했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를 보면 도봉구 동아청솔 84.97㎡는 지난달 11일 9억원(14층), 31일 8억8천만원(4층)에 이어 이달 5일 8억4천500만원(4층)으로 내려 하락세를 보였다.

관악구 벽산블루밍 59.9㎡는 지난달 1일 7억7천만원(9층)까지 거래됐다가 이달 7일 7억3천200만원(12층)에 매매되며 가격이 조정되는 모습이다.

노원구 불암현대 59.4㎡는 7월 1일 4억1천500만원(12층)에서 지난달 29일 4억8천700만원(10층)으로 7천200만원 올랐다가 이달 15일 4억7천600만원(10층)에 거래되며 소폭 조정이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 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주택에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정부의 실거주 요건 강화로 집주인들이 세입자가 나간 뒤 직접 거주에 나서면서 전세난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 품귀는 매매 수요를 부추겨 아파트값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주택시장은 전체적으로 강보합세를 보이지만, 서울 외곽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취득세, 재산세 감면과 함께 대출 규제도 덜해 실수요 위주로도 거래가 꾸준하면서 가격 상승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